한국인 1% 앓는 ‘심방세동’…9월부터 위험 ↑

한국인 1% 앓는 ‘심방세동’…9월부터 위험 ↑

전극도자절제술로 완치율 높여 

기사승인 2021-08-25 04:45:02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최종일 순환기내과 교수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가을철이 다가오면서 전체 한국인의 1%가 앓는다는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발생하는 빠른 맥의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인데, 이로 인해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 심장 리듬을 컨트롤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의 시술 역량이 크게 강화되면서 완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을 성공한 이후, 국내 최다 시술을 시행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최종일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심방세동’에 대해 알아봤다.

◇중풍 위험…‘만성질환’ 있다면 젊은층도 안심 금물 

부정맥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너무 천천히(분당 60회 이하) 뛰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서맥, 육체적 활동 없이도 계속 100회 이상을 뛰고 있다면 빈맥, 맥을 만져볼 때마다 맥이 고르지 않거나 심전도 검사에서 박동의 규칙성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불규칙 맥으로 분류된다. 

심방이 1분에 400~500번 박동하고 심실이 100~200번 뛰는 ‘심방세동’은 심장에 전기신호를 주는 동방결절 이외에 다른 곳에서 신호를 만들어 맥이 흐트러지게 되기 때문에 일부 혈액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심장혈관에 혈전(피떡)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심방세동으로 인해 발생된 혈전이 뇌로 가는 혈관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심방세동환자는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보다 4~5배 높다. 

최 교수는 “심방세동은 음주, 노화, 기저질환, 유전적 소인, 판막질환, 심부전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답답함, 어지러움,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오래 지속되면 심장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급사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혈전이 생기면서 뇌경색, 즉 중풍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만성질환’ 있다면 젊은층도 안심 금물 

심방세동은 특히 노화와 연관되기 때문에 65세 이상에서 5%, 80세 이상에서는 10% 가량의 발병률을 보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유전이나 가족력이 없는 20대도 만성질환이 있으면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팀이 전국의 성인 남녀 979만7409명의 기록을 약 8년간 추적한 빅데이터를 통해 연구한 결과,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인 당뇨, 고혈압, 비만, 허리둘레, 흡연 등은 나이에 상관없이 심방세동 발병 위험도를 높였다. 당뇨가 있는 20대는 남성의 경우 2.46배, 여성의 경우는 2.06배 위험도가 높았고, 고혈압이 있는 20대 남성은 1.55배, 여성의 경우 2.52배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맥과 연관되는 심혈관질환만 놓고 보면 겨울철 발생률이 증가하지만 ‘심방세동’은 날이 덥고 일교차가 큰 여름, 가을에도 위험도가 증가한다. 최 교수는 “보통 기온이 떨어지면 혈압이 올라가고 말초혈관이 수축되면서 부정맥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65세 미만의 젊은 사람들은 9월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일조량의 급격한 변화, 생체리듬의 변화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갑자기 고온에 노출되면 탈수, 저혈압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면 심방세동환자에서 뇌경색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완치율 높이는 ‘전기제세동술’, 외국선 일차치료 권고

국내에서는 항부정맥 약물치료, 전기제세동술과 약물로 심방세동을 치료하되, 약물을 사용할 수 없거나 증상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완치를 목적으로 한 전극도자 또는 냉각 절제술을 시행한다.

특히 안암병원이 약 20년 전 국내 최초로 성공한 전극도자절제술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에서 실패하거나 재발한 고난도의 빈맥성 부정맥을 치료하면서 지금까지 5000례 이상의 시술을 진행했지만 그동안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을 정도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에너지를 가해 심장 리듬을 조절하는 시술로 맥박 수를 정상으로 유지하거나 위험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 교수는 “외국에서는 환자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바로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할 만큼 효과성이 입증된 시술이다. 우리나라는 보험적용 기준 때문에 일차치료로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 가이드라인에서는 완치를 위한 치료로 이 시술을 권장하고 있고 근거도 많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초기에 시술을 하면 완치 성공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지지만 만성화된 다음에 하면 재발 가능성이 올라간다. 또 완치를 하더라도 뇌경색 위험도가 높으면 항응고제 치료를 병행한다”면서도 “결국 이 시술은 약을 끊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재발하는 경우 재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부정맥 4차 병원’으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재발성 심방세동에 대한 연구와 웨어러블 진단장비 활용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지금은 다른 병원에서도 전극도자절제술 시술건수가 늘고 있지만 난이도가 있고 세심한 테크닉이 필요한 환자,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우리 병원이 4차병원의 역할을 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심방세동은 심전도 기록을 확보하는 것과 제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한데 지방에 사는 환자들은 심전도를 찍으려면 30~40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심방세동은 시술 이후에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로 상시 모니터링하면 이상증세를 빨리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어떠한 의학조치를 해도 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세워질 수 있을 것이기에 관련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트레이닝도 체계화해서 시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약물과 의료기기 개발, 기초연구 등도 함께 선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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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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