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프 오브 라이프(Proof of Life. 2000)>의 ‘proof of life(생존의 증거)’라는 영화 제목은 ‘인질이 살아 있다는 증거’로 인질협상의 제1법칙을 의미한다.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테카라에 댐을 건설공사 엔지니어로 일하는 피터 바우만(데이비드 모스)이 반 콜롬비아 정부군에 의하여 납치당하고, 납치범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하지만, 도산 위기에 빠진 회사가 협상을 포기하자 피터의 아내 앨리스(멕 라이언)는 독자적으로 납치범과 협상에 나서게 되고, 국제적인 인질협상가 테리 쏜(러셀 크로)을 고용한다. 협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더 이상의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테리는 자신의 협상가 동료 디노와 세 명의 프로 용병들과 함께 구출작전을 벌인다. 결국, 인질을 구하는데 성공하고, 협상과정에서 사랑에 빠졌던 앨리스와 테리는 둘 사이의 사랑을 접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먼저 협상(協商, negotiation) 어원상의 의미를 살펴보자. 한자로 協(맞을 협)자는 ‘힘 력’(力)자 세 개나 들어있어 ‘힘이 많이 든다’는 뜻이고, 나아가 ‘열 십’(十)자까지 합쳐 ‘많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힘을 합치다’는 뜻이다. 그리고 商(헤아릴 상)자는 ‘밖에서 안을 샅샅이 살피다’가 본뜻이다. 따라서 협상(協商)은 ‘서로의 뜻을 헤아려 협력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영어 ‘negotiation’의 어원은 라틴어 ‘Negotium’으로 neg(‘not’의 의미)와 otium(‘free’ 혹은 ‘leisure’ 뜻)의 합성어로서,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래(去來, business)’를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단위(조직, 집단, 국가 등)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시도하는 상호작용을 말한다. 따라서 협상이란, 둘 이상의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을 협력을 통하여 해결함으로써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Win-Win)를 이루는 의사결정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협상에는 상황을 반전하고 바로 사람의 마음을 돌리게 만드는 비법, 특별한 종류의 설득기술, 즉 설득의 반전기술이 필요하다. 이 특별한 비결 덕분에 어떤 사람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고객을 만들기도 하며, 테러리스트를 말로만 제압하기도 한다. 이 비결(SPICE)은 단순성(simplicity),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생각(perceived self-interest), 의외성(incongruity), 자신감(confidence), 공감(empathy)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케빈 더튼 저, 최정숙 역,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초설득의 심리학', 미래의창, 2010. 7.26.)
이 영화에서는 ‘범인이 처음 요구하는 몸값이 터무니없이 높지만 적절한 흥정을 이어가면서, 너무 낮은 액수를 불러서도 안 되고, 납치범들의 요구 조건을 무조건 들어줘도 안 된다’는 협상의 원칙을 보여준다. 협상에는 ‘시간’, ‘정보’, ‘힘’이라는 요소가 필요한데, 영화에서는 협상의 장기화에 협상이 결렬되어 인질 구출작전을 벌이게 된다.
글의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협상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협상당사자간의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신뢰를 쌓는 과정이며, 우리 모두에게 ‘Win-Win’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글로벌 시대의 협상력은 경쟁력의 척도라고 말할 수 있다. 협상이란, ‘자신에겐 무언가를 원하는 상대에게서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고, 운명은 바로 협상이다”라는 허브 코헨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