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과 범죄가 되풀이됐다. 최근 10년 동안 성폭행 사건은 1.5배,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7.3배 증가했다.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스토킹의 발생과 검거 건수도 뚜렷한 감소세 없이 유지됐다.
성폭력범 3만명·가정폭력범 5만명·불법촬영범 5000명
여성가족부의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은 10년동안 1만건 이상 증가했다.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는 2019년 기준 3만1400건으로, 2010년 2만375건보다 1만1025건 늘어 약 1.5배 증가했다. 성폭력으로 검거된 가해자는 물론, 재범도 증가했다. 2019년 성폭력 검거 인원은 3만3700명이며, 이 가운데 6.3%인 2133명이 성폭력을 반복한 동종재범자다. 검거인원은 2010년(1만9712명)보다 1.7배, 동종재범자는 2010년(1459명)보다 1.5배 많아졌다.
같은 기간 가정폭력 사건은 7.3배 늘었다.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019년 기준 5만277건이며, 검거 인원은 5만9천472명이다. 전년도인 2018년 대비 검거 건수는 20%, 검거 인원은 36.5% 증가한 수치다. 10여년 전인 2011년도와 비교하면 검거 건수는 6848건의 7.3배, 검거 인원은 7272명의 8.2배로 늘어났다.
불법촬영 검거 인원은 4년째 5000명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불법촬영 검거건수는 4744건으로, 검거 인원은 5151명이다. 이들 가운데 94.1%는 남성으로 파악됐다. 불법촬영 검거 인원은 지난 2017년 5437명(남성 95.2%)을 기록해 처음으로 5000명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8년 5497명(남성 97%), 2019년 5556명(남성 95%)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
데이트폭력 사건은 1만건 내외로 파악됐다. 2019년 기준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는 9858건으로, 앞서 2013년 대비 2621건 증가했다. 구체적 유형으로는 폭행상해가 전체 검거 건수 중 71%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17년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는 1만303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넘겼다. 이후 2018년 1만245건을 기록했다가 이듬해 소폭 하락했다. 다만, 스토킹 검거 건수는 2017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스토킹 검거 건수는 581건으로 전년도 544건 대비 37건 늘었다. 앞서 2017년에는 438건의 스토킹이 검거됐다.
여성폭력 대응책 실효성 한계... 여성 불안전 사회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최근 10여년 동안 상당 수준 높아졌다. 2008년부터 특정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착용시켰으며, 2010년부터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가 운영됐다. 이에 따라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와 수사가 적극화하면서 수면 아래 있던 사건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에 잡히는 가해자의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만, 검거 인원의 증가세는 그동안 법과 제도가 사건 발생을 막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등 여성폭력을 처벌하는 법률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적용된다. 전형적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근간해 폭력의 재발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법률의 목적을 명시한 제1조는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켜 한 가족으로 함께 살도록 하는 것을 최선의 결론으로 상정한다는 의미다.
다음달 시행을 앞둔 스토킹처벌법도 ‘반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법률은 반의사불벌조항을 포함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피해자의 동거인과 가족을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항도 없다. 한국여성의전화(이하 한여전)가 스토킹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는 여성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스토킹처벌법에 마련된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제재에 관한 규정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이 사회안전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만 13세 이상 여성의 사회안전 인식은 주요 분야에서 모두 남성보다 낮았다. 사회가 ‘매우 안전하다’거나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여성이 27.6%로, 남성(36%)보다 8.4%p 낮았다. 특히 범죄안전 분야에서 안전 인식은 여성(21.6%)과 남성(32.1%)의 격차가 10%p로 가장 컸다. 안전 인식의 성별 격차가 가장 큰 연령대는 13~19세 청소년이다. 이 연령대에서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남성이 46.5%, 여성이 32.3%로 둘의 격차는 14.2%p로 집계됐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