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빚투(빚내 주식투자)’ 과열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규제 강화와 관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해 막대한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1486억원에 달한다. 계속해서 증가세를 탄 신용거래융자는 연초 이후 이달까지 4조원 넘게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대출금이다. 융자 잔고의 급증은 빚투에 나서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음을 반영한다.
대출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급증했다. 지난달 기준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84억8000만원으로 전월 대비 2배 가량 폭증해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란 신용 대출을 이용한 고객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이다.
빚투 추세는 지난해부터 과열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자 빚을 내서라도 차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문제는 대출을 통해 투자에 나선 대금이 감당할 수 없는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빚을 사서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급락할 경우, 증권사별로 고객이 유지해야 하는 담보 금액이 부족해진다. 주가가 하락할 수록 이 담보금액 비중은 높아지고, 제때 메우지 못할 경우 최악의 경우 보유 주식이 전부 반대매매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경고음만 내왔던 금융당국에서도 꺾일줄 모르는 빚투 과열 추세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소비자경보를 내고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 등을 당부했다. 주식 신용거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민원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출을 제공하는 증권사 압박에도 나섰다.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날 금감원은 각 증권사 리스크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신용공여 관련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한도 관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연이어 경고 메세지를 내도 좀처럼 빚투가 줄지 않자 창구를 직접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규제 카드를 꺼냈으니 조정은 해야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회사가 한동안 대출 중단과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빚투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나 당국의 경보는 투자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증권사 대출을 받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단기에 높은 차익을 기대하는 이들인데, 잠시의 대출 이자든 경고 메시지든 무슨 소용이겠나. 결국 직접적 효과가 있을 대안은 증권사들이 한도를 줄이는 방식일 뿐”이라며 “현재 대출 규모를 생각하면 관리 작업이 너무 늦었다. 경고음만 날릴 것이 아니라 진작 관리에 나서야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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