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인력 확충이 긴요한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피해자 수는 올해 9월 기준 569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지원했던 피해자 수 4973명을 넘어선 수치다.
20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여성가족부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원센터는 올해 9월까지 피해자 5695명에게 13만1172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유형별로 지원 건수가 가장 많은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은 11만7282건 이뤄졌다. 다음으로 지원 건수가 많은 상담지원은 1만322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원 건수와 비교하면 삭제지원은 3.6% 감소했고, 상담지원은 3.4% 증가했다.
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의 성비는 여성이 4297명(75.5%), 남성은 1398명(24.5%)이다. 지난해 대비 남성 피해자 비율이 5.9% 증가했다. 피해자 연령대는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을 밝히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10대(22.3%)와 20대(21%)가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 디지털 기기나 온라인 플랫폼에 친숙한 저연령층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피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피해자들이 협박에 따른 불법 촬영물 ‘유포불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지원센터는 접수된 피해를 적용 법률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촬영물에 기반한 피해(유포, 불법촬영, 유포협박, 유포불안, 사진합성) △언어적 괴롭힘에 기반한 피해(사이버괴롭힘)로 유형화한다. 올해는 5956건 중 유포불안이 23.4%로 가장 많고, 유포(21.2%)와 불법촬영(21.2%), 유포협박(17.8%), 사이버 괴롭힘(7.6%)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대비 유포불안은 대비 8.4% 증가하고, 불법촬영은 10.9% 감소한 수치다.
특히, 피해 유형 중 언어적 괴롭힘에 기반한 사이버 괴롭힘이 지난해 306명에서 올해 9월 기준 653명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시민들의 실내 여가활동이 많아지면서 게임과 SNS, 메타버스 등 비대면 플랫폼의 접속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과 디지털 성범죄 증가세의 연관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18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지원센터에 접수된 사이버 괴롭힘 유형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온라인 성희롱으로 접수되는 건은 2019년(22건) 대비 지난해(87건) 약 4배 증가했다. 온라인 스토킹과 문자, 채팅 등에서 원치 않는 성적 이미지를 전송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사이버 플래싱’은 2019년 1건에서 지난해 16건, 온라인 스토킹은 2019년 10건에서 지난해 2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편, 올해 처음 7개소가 설치된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의 경우 상반기 418건의 상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접수는 경남 지역 상담소가 가장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형별로는 유포불안이 97건(23.2%), 불법촬영이 93건(22.2%), 유포협박·강요가 77건(18.4%) 순으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성범죄 증가에 대응해 지원센터의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원센터 인력은 39명에 불과하고, 이 중 22명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사업을 수행할 8개월짜리 기간제 직원으로 불안정한 지위다. 업무 역시 불법영상물 삭제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온라인 언어 성폭력과 온라인 스토킹 등의 피해자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권 의원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이외에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제반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예산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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