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디지털 성범죄 예방·피해자 보호 체계가 미약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종 플랫폼 내 피해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피해자 지원 기관은 상시적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22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타버스를 통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 실태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인력이 부족해 영상물 삭제 이외의 업무는 후순위로 미루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에 구축된 가상 공간이다. 접속자들이 대화, 상거래, 회의 등을 할 수 있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통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메타버스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판단, 지난 9월 ‘신종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아동·청소년 성보호 방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강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역할이 ‘간담회 개최’에 그쳤다고 날을 세웠다. 여성가족부가 메타버스 내 디지털 성범죄 발생 현황조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범죄 피해 현황 통계는 여성가족부가 아닌, 경찰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해청소년지원단체들은 최근 들어 메타버스 관련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요청이 잦아졌으며,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받을 수 있냐는 문의전화도 월 4~5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가 지난해 텔레그램에서 올해 메타버스로 플랫폼만 옮겨와 되풀이되고 있는데, 그동안 여성가족부는 무슨 역할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지원 기관의 인력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저도 이어졌다. 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는 디지털 공간에서 발행한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총 인력은 39명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정규직은 17명, 나머지 22명은 8개월 기간제 직원이다.
강 의원은 “디성센터 직원 1인명이 감당하는 피해자 지원건수는 연간 3000건에 달한다”며 “기간제 직원 22명의 8개월 계약기간이 끝나는 11월부터는 당장 39명이 했던 업무를 17명이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 직원을 지속적으로 충원하는 인력구조가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자신의 개인정보와 영상물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되는 상황이 무엇보다 공포”라며 “영상물 삭제를 위해 피해자의 정보와 영상물을 접하는 센터 직원들이 8개월마다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면, 피해자는 삭제지원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정보가 노출되는 선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메타버스가 대중적으로 상용화한 것이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며 “내년에 예비조사를 하고, 23년에 본조사에 착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디성센터의 기간제 직원 22명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예산과 직제를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는데, 실현되지 못했다”며 “기재부의 긍정적 검토를 기대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