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영화(2002)’와 창조적 모방경영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재밌는 영화(2002)’와 창조적 모방경영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11-18 11:55:52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2002년 한국의 최고 화두는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남북한 축구경기에 착안해,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시대를 연 <쉬리>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90년대 들어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한국 영화 중 총 28편을 패러디한 영화가 있다. 바로 <재밌는 영화(2002)>인데, 영화 속 영화를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동감>, <친구>, <엽기적인 그녀>, <간첩 리철진>, <주유소 습격사건>, <넘버3>,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반칙왕>, <박하사탕>, <접속>, <비트>, <공동경비구역 JSA>, <거짓말>, <여고괴담>, <투캅스>, <비천무>, <초록물고기>, <서편제>, <게임의 법칙>, <신라의 달밤>, <선물>, <8월의 크리스마스>, <번지점프를 하다>, <다찌마와 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태양은 없다>, <약속>이다.

이는 한국 최초의 한국산 패러디 영화이며,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33편의 한국영화를 패러디했지만 최종 편집본에서는 28편으로 압축하였다고 한다. <쉬리>에서 한석규와 김윤진이 맡았던 남북 특수 요원은 각각 한국 특수경찰 황보(임원희)와 일본 극우 천군파 요원인 상미(김정은)로 패러디됐다. 그리고 최민식과 송강호의 캐릭터를 본뜬 인물은 무라카미(김수로)와 갑두(서태화)이다. 결국, <동감>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친구> <엽기적인 그녀> 등의 흥행작을 거쳐 마지막에는 <약속>의 한 장면으로 끝맺는다. 영화 자체의 재미보다도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찾아내는 재미를 보여줬던 작품이었다.


패러디 영화란, 이미 만들어진 영화의 스토리와 구성을 비슷하게 따라가면서도 기존 작품의 스타일이나 관습, 모티프를 익살스런 연기나 장면으로 뒤바꾸며 조롱과 풍자를 뒤섞어 놓은 것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2002년 월드컵을 대상으로 한 기발한 패러디 하나. “속이 거북하면 히딩크 제약의 안정환과 이천수를 함께 복용하시라.” 이와 같이 패러디(parody)란 기존의 문화텍스트를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창의적 요소를 가미하여 차이를 드러내는 창작방법으로, 모방을 통한 재창조의 성격이 강하다. 모방(imitation)은 ‘다른 것을 본뜨거나 본받음, 또는 흉내를 냄’을 뜻하며, 창조와는 반대 개념이다. 그러나 패러디는 단순한 모방이나 짜깁기와는 엄연히 다르다. 패러디는 비판하고자 하는 사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속성을 가진 틀을 씌워 대중에게 아주 쉽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모방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인데, 혁신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맨스필드, 스와르쯔, 와그너의 연구에 따르면, 모방 기업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혁신기업의 70% 정도라 한다. 또한 화학, 처방 약품, 전자 및 기계산업의 48개 제품 혁신에 대해 연구한 결과, 평균적으로 모방비용이 혁신비용의 65%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들이 연구한 제품의 대부분이 강력한 특허를 가지고 있어 모방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모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정지혜, ‘창조적 모방, 혁신으로 가는 길’, LG경제연구원, 'LG주간경제', 923, 2007. 2.14. p.11.) 이와 같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 인재채용 및 배치에 따른 조직구성, 제품생산, 마케팅 등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모방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인류의 삶은 한마디로 말하면 모방의 역사이다. 어제의 삶을 모방하지 않고서 오늘을 살아갈 수 없다. 어제까지 내가 알고 배운 지식을 참조하지 않는다면 나는 오늘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없다. 인간의 삶은 처음부터 모방 자체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단순한 모방보다는 조직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먼저 정립하고 난 뒤 ‘최초가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한 창조적 모방’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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