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빼고 있다. 증시 부진이 수개월간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경향도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전날까지 2조6387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에도 개인은 1조8000억원을 매도했다. 월말까지 총 집계에 따르면 매수우위였으나 순매수 대금은 2186억원에 그쳤다.
국내증시에서 개인 거래대금 감소는 이달 들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개인 거래비중은 지난해 4월부터18개월 연속 60%를 넘겨왔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증시 변동폭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수급 비중이 높아져서다. 그러나 이달 개인 거래 비중은 48.4%에 그쳤다. 지난해 2월 이후 기준으로 최저치이자, 박스피(박스권을 맴도는 코스피) 시절에 평균(49.8%) 수준이다.
개인 거래가 줄어들면서 증시 자금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원대로 낮아졌다. 이달에도 10조원대 수준으로, 시총 대비 거래대금이 0.48%까지 내려선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주요 원인은 낮은 변동성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증시에서 자금을 뺀다는 것.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무렵 부터 3000선 안팎에서 계속 등락을 반복하는 재미없는 증시에 지친 것이다. 지금 같은 변동성을 보이는 시기는 개인투자자들이 매우 싫어하는 장세다. 수익을 제대로 거두기가 어렵겠다 싶으니 주식 말고 다른 곳으로 자금을 돌리는 것”이라며 “일부는 해외주식으로 옮겨가거나 또 다른 곳으로 가고, 안전자산으로 흐르는 경향도 보인다.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나. 기준금리가 앞으로 3번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측이 어렵고 부진한 주식시장보다 한동안은 차라리 수익이 적더라도 안전자산에 자금을 두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은행 예적금에 유동성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전달보다 11조 4000억원, 정기 예적금은 11조 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시 수급이 줄어드는 연말에 이어 오는 2022년 초에도 개인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지난 1월 개인의 코스피 거래대금과 순매수 금액은 각각 346조원과 22조3000억원이었다. 개인이 순매수에 나선 원인 중 하나는 대주주 요건이었다”며 “대주주 요건 강화는 백지화됐지만, 지난해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올라 다수의 투자자가 대주주 요건에 해당해 연초에 대규모 순매수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올해는 주가 상승 폭이 크지 않았고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한 (대주주 양도세) 회피가 쉬워져 지난 1월과 같은 현상이 또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