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4차 접종 논의가 진행되면서 우리 방역당국도 이들 나라에서 효과가 나타나면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백신 4차 접종을 60세 이상 고령층 전체로 확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4차 접종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지난달 30일 면역 저하자와 요양시설 거주 고령자에 한해 4차접종을 승인했다. 이달 2일부터는 60세 이상 고령자와 의료진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4일(현지시간) 셰바 메디컬 센터를 방문해 “4차 접종 후 1주일이 지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며 “지난 3일 시험 접종한 지 1주일이 지난 사람들이 이전에 비해 항체가 5배 가까이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영국 또한 면역 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시작했으며,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4차 접종이 필요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4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속되는 백신 접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에 참여한 앤드루 폴러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 모든 이들에게 4~6개월마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며 “고위험군에는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추가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4차 접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방역당국은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일 브리핑에서 “4차 접종을 할지 말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외국 사례를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다만 면역저하자의 경우 2, 3차까지 접종을 해도 면역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추가 접종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저하자는 급성·만성 백혈병,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증,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암 등을 앓거나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를 말한다. 백신을 맞아도 면역이 잘 형성되지 않아 지난해 11월부터 3차 접종을 우선 시행했고 기본 접종 이후 접종 간격도 예외적으로 2개월로 단축했다.
국내 전문가는 충분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4차 접종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데이터가 완전하지 않다. 이스라엘에서 진행한 것들에 대한 중간데이터가 나오는 수준”이라면서 “4차 접종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구결과가 늦어지면 고위험군, 면역 저하자를 대상으로는 접종을 시작해야 할 수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도 매년 맞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도 지속적으로 맞아야 할 수 있다”면서 “현재 사용하는 백신은 본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다. 델타 변이, 오미크론 변이를 거치면서 감염 예방 효과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중환자 발생비율도 많이 줄여주고 있다. 변이가 계속 거듭되면 감염 예방, 중환자 예방 효과가 줄어들 수 있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