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한국전력은 현장 작업자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선다며 이같이 한전 홈페이지 보도 해명자료에 참고자료를 올리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2016년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홀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열차에 치여 사망한 때다. 그래서 이때 사회분위기는 너나 할 거 없이 노동자 안전 목소리를 높일 때다.
한전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는지 그간 작업자 위험성으로 지적된 활선공법을 폐지하고 현장 여건에 맞는 공법을 적용해 작업자 안전에 최우선하겠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이 당시 권오득 한전 배전운영처장(현재 한전 KDN ICT사업본부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활선이 아닌 사선공법을 고려했을 정도로 작업자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가 됐다"고 말하면서 "신기술 도입과 철저한 현장적용으로 안전사고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전은 노동자 안전을 최우선하는 '모범적인 기관'으로 대중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한전의 산업재해 사망을 보면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전이 공공기관 알리오에 공시한 안전경영책임 보고서에는 노동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39명에 달한다고 적혀 있다. 4년간 평균 10명 가까운 노동자가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한전 하청 노동자 고 김다운씨가 전봇대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하다 고압 전류에 감전돼 치료를 받다 숨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작업 현장에는 한전 직원이 있었고 사망한 김다운씨는 활선(전기가 흐르는 선)을 다룰 수 없는 가공배전전공으로 알려졌다.
작업자 안전 최우선 다짐은 6년 간 한전을 잘 감싼 포장지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한전은 재발 방지 대책 공수표만 날릴 뿐 사고 발생 개선 의지는 없어보였다. 그마저도 이번 사망 사고에는 아무 말이 없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변명을 준비 중인지 그 속을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을 담은 용서를 유족에 빌어야 하지 않을까.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