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전 사장은 9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감전 사망 사고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및 수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법적·사회적 조치를 이행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감전·끼임·추락 등 3대 주요 재해와 관련해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배치’ 원칙도 적용한다. 불법 하도급 관행 차단을 위해 인력·장비 실명제도 도입한다. 불법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해당 업체에 페널티를 준다는 계획이다. 안전예산도 2조5000억원으로 확대 편성한다. 지난해에는 5000억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감전사고 방지를 위해 △직접활선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간접 활선 지속 확대 등을 대책을 내놨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간접활선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30%는 여전히 직접활선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는 이를 완전히 퇴출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끼임사고 방지를 위해 전기공사용 절연 버킷 차량에 고임목 등 밀림 방지장치 설치 의무화를, 추락사고 근절 대책으로는 작업자가 전주에 오르는 작업 전면 금지를 시행한다.
다만 한전의 특별대책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과거에도 발표했던 내용을 ‘재탕’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지난 2016년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직접활선 작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송성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은 “과거 한전이 발표했던 안전대책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당연히 해야 할 내용들을 대책으로 내놨다”며 “재탕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송 사무국장은 △불법하도급 근절 대책 및 현장실태 조사 △노동자 직접 고용 △건강안전 실태 파악 위한 조사위원회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불법하도급은 여전히 대부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50~80% 수준까지 재하도급이 이뤄진다”며 “한전에서 하도급 근절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에서 한전 협력업체 노동자인 고(故) 김다운씨가 작업 중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김씨는 전신주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다가 고압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2인1조 작업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장비도 미흡했다. 김씨는 고소절연작업차가 아닌 일반 트럭을 탔으며,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