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유영근)는 27일 2235억원의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증거인멸 우려가 거의 해소 됨 점 등 양형조건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최 전 회장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 및 친인척 등에 대한 허위급여지급, 호텔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명목으로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으로부터 2235억원 상당을 배임·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2년 10월 SK텔레시스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최 전 회장도 개인 자금으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꾸며 신성장동력 펀드가 275억원 상당의 BW를 인수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직원 명의로 140만달러(약 16억원) 상당을 차명으로 환전하고 80만달러(약 9억원) 상당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받는 8가지 혐의 중 SK텔레시스 유상 증자 부문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고 개인 횡령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했다.
먼저 SK텔레시스의 앤츠개발(골프장 사업)에 대한 155억원 대여한 점에 대해서 재판부는 "앤츠개발은 사실상 피고인 개인회사에 불과하고 앤츠개발에 대한 투자가 텔레시스의 사업상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영상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별다른 채권 확보방안 없이 155억원을 대여했고, 8년이 지난 후에야 대여원금이 변제됐고 수사 개시 후에 원리금 전액이 변제되는등 실제 피해도 발생했기때문에 유죄로 인정한다"고 했다.
SK텔레시스 자금을 개인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부하기 위해 사용한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차용증 작성이나 이사회 결의, 회계처리 등 정상적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임의로 인출했다"며 "반환한 기간이 일시 사용으로 볼 만큼 단기간도 아니기 때문에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할 수 없고, 그러한 이상 피고인이 사후에 이를 전액 상환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배임혐의)와 참여와 관련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자본잠식에 있는 회사의 회생을 위한 유상증자 결정 행위는 합리적인 경영자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대식 의장, 조경목 대표, 최태은 전 본부장, 안승윤 대표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도 위기에 처한 SK텔레시스에 자금을 투자해 회생시킬 것인지 포지할 것인지 여부는 이사회에 정당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온전히 경영판단의 영역"이라며 "실제로 3차례 걸친 유상증자 이후 텔레시스가 부도 위기에서 회생하고 경영이 개선돼 정상적인 회사로 운용되고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가 성공한 투자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향후 경영상의 판단이 이루어질 영역"이라며 "적어도 이 사건에서 각 유상증자 당시 피고인들의 임무위배행위, SKC에 대한 손해 발생, 피고인들의 배임의 고의 등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죄책을 물을 만한 모든 요건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최 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전액 회복한 점, 현재 그룹 전체의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한 것으로 보이는 점, 1985년 외국환관리법위반죄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은 외에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서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가족관계 등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