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길 떠나기 전 먹이활동 분주한 겨울 철새들
- 이천시 복하천 중상류에 큰고니 비롯 겨울새 다양
- 눈앞에 보이는 대형 조류에 시민들 감탄
- 하천 관리하고 가꾸니 새들 돌아와
“어머 백조(고니)가 생각보다 엄청 크네요. 예전에는 몇 마리 없더니 올해는 가족단위로 많이 보여요.” “백조는 물론 다른 새들도 엄청 많을 걸 보면 물이 확실히 깨끗해지긴 했어요."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 복하천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둘레길을 산책하던 마을 주민 김완기(81)씨 부부는 큰고니 무리의 우아한 자태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춘다. 멀리 갈대 숲 사이로 무엇에 놀랐는지 어림셈해도 백여 마리에 가까운 천연 기념물 원앙 무리가 푸른 하늘로 무리지어 오른다. 뒤이어 따라 오른 오리 떼도 따라서 선회 비행을 시작한다.
이천시의 대표 하천인 총 길이 40여km의 복하천(福河川)은 이천의 젖줄로 불린다. 용인시 양지면 한남정맥 줄기에서 발원한 복하천은 이천시 마장면으로 흘러들면서 관리천과 만나고, 이어 호법면을 가로 지르는 동안 매곡천, 단천천, 동산천, 원두천 등과 만나서 큰 내를 이룬다. 이후 백사면과 부발읍의 경계를 이루면서 북동쪽으로 흘러서 여주군 흥천면에서 남한강으로 합류한다.
복하천은 그 본류와 지류들을 따라 넓게 펼쳐진 들판에 농용수를 공급하면서 예로부터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이천 쌀 생산에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복하천은 수심이 깊어서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배들이 이천읍 인근에 정박하고 이천의 주 특산물인 쌀을 비롯 농산물을 한양으로 실어 날랐다고 전해진다.
복하천에서도 귀한 겨울철새들을 많이 서식하는 장소는 복하천과 합류하는 지천인 마장면 해월천에서 호법면 매곡천, 단천천, 동산천에 이르는 중상류 4km 구간이다. 하류 구간에는 수천마리의 오리류가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천 중간 중간에는 모래톱에서 해바라기를 즐기는 원앙과 흰빰검둥오리 무리부터 열심히 자맥질하며 먹이활동 중인 청둥오리들, 산책에 나선 비오리 가족, 파란하늘을 마음껏 유영하다 수상스키를 타듯 물살을 가르며 멋진 자세로 물위에 안착하는 큰고니 가족 등 그리 넓지 않은 중소하천의 하루는 코로나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이천시에 거주하는 생태사진가 이선행(60) 씨는 “복하천 중상류 지역은 겨울 철새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갈대숲과 적당한 수심, 고니와 오리류 등 겨울새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미생물과 수서곤충, 부들과 마름 등 연한 수초의 뿌리와 줄기 등이 넉넉해 해마다 이 곳을 찾는 새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이번 겨울 기록한 호법면 일대 복하천을 찾은 겨울철새로는 멸종 위기종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를 27마리를 비롯해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200여 마리,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말똥가리(멸종위기Ⅱ급), 비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머리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흰죽지 등이다.
수도권의 대부분 하천이 그랬듯이 복하천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용수가 풍부한 하천 주변으로 공장이 들어서고 목축업이 성행하면서 수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후 오폐수 처리시설 기준이 강화되고 시의 철저한 단속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하천이 다시 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동식물의 서식환경도 좋아졌다.
이천시 안전총괄과 이천수 하천팀장은 “저희 팀에서 매일 하천주변을 차량으로 돌면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폐수 및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등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천 청소 및 오염원 제거에도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노력한다."고 말했다.
2월 하순에서 3월 초가 되면 더 많은 겨울철새들이 이 곳에 모여 열심히 영양보충을 한 후 비행하기 좋은 날, 수천 km 떨어진 그들의 고향을 찾아 순차적으로 떠날 것이다.
복하천 철새도래지 중심 지역인 호법면 이태희 면장은 “올해는 호법 숲길 조성, 플라워 포토존, 장미터널 조성 등 둘레길 정비와 함께 새들이 우리 고향을 다시 방문 할 수 있도록 깨끗한 환경과 철새 먹이주기, 철새조망대 설치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천=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이선행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