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인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싸우는 반군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등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P·N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뒤 TV연설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이같은 의사를 통보했지만 실망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DPR과 LPR의 독립과 주권을 승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다면 러시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향해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 식민지”라며 ”우크라이나는 단지 이웃 국가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일부”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에 대한 독립을 공식 승인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는 더욱 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싸우는 분리주의 공화국 반군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
NBC는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에게 극적인 도발이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시도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방국가들은 푸틴의 분리독립국 승인을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집행위원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분명히 국제법 위반”라고 말했다.
미국은 돈바스 지역에 미국의 투자와 무역 및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예상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 내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조치가 있을 것”이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이 준비해온 제재들과 별개”라고 경고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