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8일 프로야구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키움이 뺑소니 사고로 징계를 받아 사실상 은퇴한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키움 측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 삼성동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은 처음이었지만, 당시 사고가 3번째 음주운전 적발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줬다.
이후 미국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2017년을 쉬었고,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지만,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9시즌 종료 뒤 방출됐다. 이듬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며 국내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론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강정호의 이번 복귀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년 전 강정호가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하자 상벌위원회를 열어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내렸다. 강정호는 아직 KBO가 부과한 징계가 남아있어 올해 계약해도 2023년에나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키움 구단이 먼저 움직여 강정호를 영입했다는 점은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올해까지 3년이나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선수를 비난 속에서도 굳이 영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키움이 유격수 자원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김하성 후계자로 지목된 김혜성이 성장했다. 신준우, 김휘집 등 젊은 피들도 기회를 주며 성장을 꾀했다.
구단의 방향성과도 전혀 맞지 않는 영입이다. 키움은 유망주 육성을 위해 최근 팀을 지켜온 베테랑들을 내쳤다. 지난해 7월에는 서건창을 LG 트윈스로 트레이드했고, 시즌이 끝난 이후에는 거포 박병호를 홀대하며 KT 위즈로 떠나보냈다.
그러면서 강정호를 영입할 때 고형욱 키움 단장은 “팀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 준 선수라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팀을 지탱해온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거침 없이 내치던 키움이 실형까지 선고 받은 중범죄자에겐 갑작스럽게 ‘옛정’을 운운하는 모양새다.
‘이제는 달라지겠지’라던 팬들의 기대마저 박살낸 키움이다.
키움은 그동안 선수들의 숱한 사건·사고로 KBO리그의 대표적인 ‘빌런 구단’으로 손꼽혔다. KBO리그 내 사건사고의 중심축이었다. 지난해에만 한현희, 안우진의 원정 숙소 이탈 후 음주 파문과 송우현의 음주운전이 연거푸 터졌다.
구단 수뇌부도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는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지난 2018년 12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허민 전 의장도 ‘야구 갑질’ 논란부터 ‘팬 사찰’ 논란은 물론 원정 경기 중인 감독을 서울까지 호출하는 상식 밖의 만행도 벌어졌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키움은 지난해 여름부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키움은 지난해 8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송우현을 곧바로 방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송우현은 빈약한 키움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몇 안 되는 타자였다. 하지만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방출이라는 가장 큰 징계를 내렸다.
같은 해 9월에는 윤리강령을 선포하며 모범구단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4일에는 구단 경영 경력이 전무한 ‘검사 출신’ 위재민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클린 구단’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하지만 키움은 위 대표이사가 선임된 지 2주 만에 강정호 영입으로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악수를 뒀다. 다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위 대표이사는 “어설프게 끝날 것 같으면 시작하지 말라”며 강정호 복귀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던 위 대표의 취임사는 강정호의 영입으로 진심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야구계 관계자들도 키움의 결정에 착잡한 마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관계자는 “키움의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면 거짓말”이라며 “인기 부흥을 위해 모두가 합심해 노력하고 있는 데 키움이 훼방을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움은 사건사고를 일으킬 때 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은 바뀌지 않았다. 윤리강령까지 선포하며 달라지겠다고 각오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범구단이 되겠다는 키움의 말은 이미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키움의 이번 행보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저 ‘키움이 키움’ 했을 뿐이다. 키움은 원래 그런 구단이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