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간질’로 불리던 뇌전증은 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발작 및 그 연관 증상을 포괄하는 질환명이다.
신경세포는 평상시 늘 전기를 띄며, 대뇌는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미세한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정상적인 전기 신호의 균형이 깨지면 비정상적으로 잘못 방출되고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나타낸다. 이를 ‘발작’이라고 하는데, 고열, 전해질 장애, 독성물질 노출 등 뇌를 둘러싼 환경 변화나 뇌졸중, 뇌종양, 뇌의 퇴행성 변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발병 기전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뇌전증은 이러한 발작이 작은 환경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별다른 요인이 없이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진단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운동성 경련 발작이지만, 영향을 받은 뇌의 부위와 그 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양쪽 뇌에 전체적으로 퍼지면 눈이 돌아가며 사지가 굳어지고 간헐적으로 온몸을 떠는 대발작이 발생할 수도 있고, 측두엽 부분에서 퍼지면 멍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상실하고 입맛을 다시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한쪽 팔만 떨리거나 눈꺼풀을 가볍게 깜빡이는 것 등도 뇌전증의 증상일 수 있다.
증상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지속시간이 짧으며, 비슷한 양상을 보이므로 잘 살펴보고 뇌전증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뇌전증은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증상이 더 심해지고 빈도 역시 증가할 수 있다.
뇌전증은 항경련제를 사용해 뇌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미약한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발작 발생을 막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최근에는 좋은 치료 약물들이 많이 나오면서 기존보다 치료가 더 잘되는 편이고, 적절하게 약물치료를 하면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발작 증상이 조절된다. 설령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라도 식이 치료와 시술, 수술 등을 병행하면 증상 조절이 가능하므로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를 권한다.
대한뇌전증학회에서는 편견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뇌전증 환자 지원 및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회의 노력과 시대의 변화 등으로 질환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뇌전증이 정신병, 유전병이며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편견이 남아 있는 듯하다. 뇌전증은 단순한 신경계 질환이고,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환자와 가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 환자 역시 이런 오해와 편견을 의식해 질환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올바른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