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봄 날씨와 함께 프로야구가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리그’가 2일 오후 2시 전국 5개 야구장에서 동시 개막한다. 각 팀당 144경기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최근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일탈 행위,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출범 4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는 ‘팬 퍼스트’를 우선 가치로 삼고 인기 반등에 나선다. 개막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다.
전설들의 귀환, 전설의 마지막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올 시즌을 앞두고 원소속팀으로 돌아왔다. 양현종은 친정팀 KIA와 4년 총액 103억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김광현도 4년 총액 151억원에 도장을 찍고 SSG 유니폼을 입었다.
두 선수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지만 시범 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며 녹슬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양현종은 3경기에 등판해 12.2이닝을 소화하며 1승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고, 김광현은 2경기에 나서 5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80의 성적을 남겼다.
양현종은 곧바로 시즌에 돌입하지만, 김광현은 조금 늦게 돌아올 예정이다. 양현종은 LG 트윈스와 개막전 선발 투수로 뛰지만, 김광현은 4월 중순 로테이션 합류를 목표로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돌아오는 자가 있다면 떠나는 자도 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한다.
2001년 롯데에서 데뷔한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통산 1829경기를 뛰며 타율 0.307 351홈런 2020안타 1324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타격 7관왕’에 올랐다.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그는 올 시즌 은퇴 투어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면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대호는 논란에 부담을 느끼며 고사했지만, 10개 구단에서 리그 차원에서 은퇴 투어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올해도 KT가 최강?
지난해 KBO리그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1위부터 6위까지 순위가 결정되지 않는 등 혼전 양상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1위 결정전까지 치러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2연패에 도전한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룬 KT는 전력 누수가 적은 데다 박병호와 헨리 라모스의 가세로 공격력이 강화돼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다만 팀의 핵심타자인 강백호가 발가락 부상을 입어 당분간 자리를 비운다.
LG 트윈스는 KT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최근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LG는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꿈꾼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외야수 박해민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해 10개 팀 중 가장 좋은 공수 밸런스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 SSG는 김광현이 복귀했고 메이저리그 90승 투수인 이반 노바가 합류했다. 막강한 타선에 선발 자원들이 합류하면서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진다. NC는 나성범을 KIA로 떠나보냈지만 박건우와 손아섭 등을 영입하면서 새판을 짰다. 삼성 라이온즈, KIA 등은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평 받는다.
화제 모은 시범경기, 눈여겨볼 선수는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눈에 띄는 선수가 여럿 나왔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KIA의 김도영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김도영은 고교시절부터 완성형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고,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김도영은 12번의 시범경기에 나서 타율 0.432(44타수 19안타)으로 타율 1위에 올랐다. 홈런 2개, 2루타 3개를 때려내며 장타력도 선보였다. 잠재력을 선보인 김도영은 개막 엔트리에도 들어서면서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LG에는 ‘중고 신인’이 혜성같이 등장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 전체 67순위로 LG에 입단한 송찬의가 주인공이다.
1군 출전 기록이 전무한 송찬의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12경기에 출전해 6개의 홈런을 때리며 홈런 부분 1위에 올랐다. 장타율(0.795) 1위, 타점 공동 2위(10개)를 차지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SSG의 김광현과 노바 등 쟁쟁한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며 LG의 히든카드로 떠올랐다.
키움 히어로즈의 노운현은 시범경기 동안 불펜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다. 시범경기에서 5번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1실점만 내줬다. 언더핸드 폼으로 120㎞에 불과한 직구, 100㎞를 간신히 넘어가는 커브와 체인지업 등을 던지는 데 타자들은 노운현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조상우의 공백으로 전력이 약해진 키움 불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팬 퍼스트’ 강조하는 프로야구…인기 부활 가능할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는 최근 점점 하락세를 걷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 관심에 대한 문항에 부정적인 답변이 절반 이상이었다. 관심이 ‘전혀 없다’라는 응답이 무려 44%였고, ‘별로 없다’라는 답변도 23%나 됐다.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2014년 48%까지 치솟았으나 올해는 31%까지 떨어진 상태다. 스타 부재, 사건·사고,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인기 반등 요소가 갖춰졌다. 해외에서 뛰던 스타 선수들이 돌아왔고, 오는 9월에는 아시안 게임이 열린다. 국제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둔다면 팬들의 마음을 되찾기엔 충분해 보인다.
현장 관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최근 2시즌 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을 제대로 받지 못한 프로야구는 정부 지침에 따라 개막전부터 관중을 100% 입장시키기로 했다. 취식이 허용됨에 따라 ‘치맥(치킨과 맥주)’도 가능해졌다. 관중이 들어선 상태로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확 달라질 수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취임한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달 31일 미디어데이에서 “올해(프로야구)는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한 해다.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해야하고 그 속에서 선수들의 기량도 높여야 한다”라며 “특히 올해는 이대호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양현종과 김광현 등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돌아와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총재는 “선수들에게도 올 한해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팬 여러분께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팬들도 야구장을 많이 찾아 선수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