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중증 저혈당을 앓으면 치매는 물론 사망 위험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용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한유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 연구 결과, 2형 당뇨병 환자가 중증 저혈당으로 한 번이라도 치료받으면 치매와 사망 위험도가 각각 50%, 29%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저혈당과 치매를 모두 앓으면 사망 위험도는 5.1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미국 내분비학회 공식 학술지 임상내분비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Metabolism)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혈당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아진 상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분류한 저혈당 단계 중 가장 위험한 수준인 중증 저혈당은 환자 스스로가 대처하기 힘든 저혈당 쇼크 상태로 심하면 의식 소실과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동안 중증 저혈당이 심혈관 질병을 야기해 사망 위험도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중증 저혈당과 치매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중증 저혈당이 치매 발생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중증 저혈당 환자가 치매와 사망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를 조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에서 2009년 치매가 없는 40세 이상의 2형 당뇨병 환자 200만여명을 대상으로 2006~2009년에 중증 저혈당 치료 횟수를 확인했다. 중증 저혈당으로 최소 1회 이상 치료받은 환자는 1만4443명(0.7%)이었다.
이어서 2015년 12월까지 약 7년 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환자들이 치매를 앓는 경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중증 저혈당 치료 횟수가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 치매 발생 위험은 중증 저혈당이 없는 환자와 비교했을 때 1회 치료군에서 1.5배, 2회 이상 치료군에서 1.8배 높았다.
치매 유형별로는 알츠하이머 위험도는 1회 치료군에서 1.5배, 2회 이상 치료군에서 1.9배 높았다. 혈관성 치매 위험도는 1회 치료군에서 1.5배, 2회 이상 치료군에서 1.4배 각각 상승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미만군에서 3.1배, 60세 이상군에서 1.6배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09년 치매가 있는 당뇨병 환자 중에서 2015년도까지의 사망자를 확인했다. 사망자 수는 총 5만1567명이었다. 사망 위험도는 중증 저혈당이 없는 환자 대비 1회 치료군에서 29%, 2회 치료군에서 35% 증가했다.
치매와 중증 저혈당에 따른 사망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중증 저혈당 치료와 치매 진단을 받은 당뇨병 환자의 사망위험도는 두 질환이 없는 환자에 비해 5.1배 상승했다. 중증 저혈당이 없는 치매 환자의 사망위험도는 2배, 중증 저혈당 치료를 받았지만 치매가 없는 환자의 사망위험도는 4.3배 각각 높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가 고혈당 조절 못지않게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며 “저혈당 고위험군에서 개별 환자에 맞춘 혈당 조절 목표 설정으로 당뇨병 합병증 예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혈당 수치는 식사량에 변화가 있을 때 변한다. 식사량과 시간이 자주 바뀌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과식하기 쉬워 혈당 조절이 어렵다. 규칙적인 시간에 적정량의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단 관리 외에도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세포가 비대해지고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해로운 물질이 증가해 당뇨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인슐린에 대한 몸의 감수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이완해주고 생활 속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높은 강도의 운동을 장시간 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30~40분 중등도 강도(최대 심박수의 75%)의 운동이 적당하다.
저혈당 증세를 자주 겪는 환자는 긴급사태에 대비해 사탕이나 주스 등 간식을 항상 휴대하는 좋다. 요구르트 100ml 1개, 주스 3/4컵을 마시거나 설탕, 꿀 한 숟가락, 사탕 3~4개를 섭취해야 하며 초콜릿 등 지방이 함유된 간식은 흡수 속도가 느리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의식이 없는 경우 음식을 먹이지 않고 병원을 방문하도록 한다.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에게 저혈당 증상과 대처방법을 미리 알려 응급상황을 대비한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