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찾기유니온은 12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커피전문점과 호텔, 영어학원, 방송프로덕션, 제조업체 등 11개 사업장에 대한 진정·고발이다. 이날 이주·난민노동자에 대한 특별접수도 이뤄졌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연차와 공휴일을 보장받기 어렵다. 야간·연장 근로수당 지급 의무도 없다. 부당 전보·해고를 당해도 구제가 힘들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악용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든다. 사업장을 쪼개거나 4대보험 미가입·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상시 노동자의 수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임금체불을 법망을 피해 정당화하는 것이다. 상시 노동자가 1000명이 넘지만 쪼개기 등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등록한 사례도 소개됐다.
당사자 증언도 있었다. 학원강사 김서영씨는 “원장은 면접 첫날부터 퇴직금은 없다고 말했다. 도급 계약서를 내밀었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 시켜 주지 않았다”면서 “1년 4개월 근무하는 동안 모든 업무를 지휘 감독을 넘어서 간섭과 감시를 받는 명백한 종속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학원 강사가 근로자로 인정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학원 강사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한다”며 “저의 권리를 찾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도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포스트프로덕션에서 일했던 정여은씨는 “현존하는 유명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큰 규모의 회사임에도 사업장을 쪼개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수당, 연차 휴가 등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업계가 좁기에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이유로 신고를 주저했지만 누군가 문제 삼지 않으면 똑같은 피해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진정 대리를 맡은 박선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상임노무사는 “12차 공동고발 사업장 11개 중 부당해고가 발생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병행하는 사업장은 6개나 된다”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과 같은 작은 사업장일수록 더 쉽게 해고되고 더 많은 권리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고용노동부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5인 이상으로 의심되는 사업장 72개소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독 결과, 총 20개소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중 8개소에서는 총 50개로 사업장 등록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을 25건 적발, 시정을 지시했다. 연장·야근·휴일 근로수당 3억6000만원 미지급, 연차 유급휴가 2억1000만원 미지급, 퇴직금 1600만원 미지급 등이다.
1개의 사업장을 5인 이상으로 운영하면서 5인 이상 적용되는 노동법을 미준수한 12개소도 적발됐다. 해당 사업장에도 시정을 지시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인 하은성 노무사는 “72개 사업장 중 노동청 등에서 가짜 5인 미만으로 인정되거나 사업주가 불법 위장을 자인해 5인 이상에 적용되는 임금을 지급한 사업장만 30곳이 넘는다”면서 “이번 근로감독 결과로는 20개의 사업장만 적발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감독 과정에서 사업장의 노동실태 분석을 의뢰한 노동자의 참여를 차단한 점, 담당 근로감독관의 재량에 따라 불안정한 감독이 진행된 점 등을 지적했다. 하 노무사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와 사업주 단체를 통한 지도, 노동법 교육만으로는 가짜 5인 미만 위장 및 근로기준법 회피 행위에 대한 위법성 인식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공동고발을 진행해왔다. 이번 12번째 공동고발을 포함해 총 125개 사업장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고발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