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총재 공석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리스크로 국내 물가가 계속해서 오름새를 보이자 이를 억제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총재’가 없이 진행됐다. 지난 3월 말 이주열 한은 총재가 퇴임한 이후 후임으로 이창용 후보자가 지목됐지만, 현재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통위 의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금통위가 미리 정한 위원이 의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금통위는 주상영 금통위원을 이달 1일부터 9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의장 직무대행 위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금통위는 주상영 위원이 주재하게 됐다. 당초 주상영 위원이 비교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점, 의장이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 것.
기준금리 인상의 결정적인 요인은 ‘인플레이션’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진입한 것은 약 10년3개월만이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연준보다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물가인상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미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 ‘빅스텝’을 진행할 경우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날 금통위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발표하며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