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소비자들의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곳곳에서 가격 상승 조짐도 확인됐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데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하반기 각종 부동산 정책 발표와 추가 금리 인상 등이 예고된 만큼 시장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주 연속 상승해 석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한국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건수 등을 분석해 0~200사이의 숫자로 점수화한 지수다. 기준선이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4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2월28일 저점(86.8)을 찍은 뒤 대선 직전인 3월7일부터 반등을 시작해 7주 연속 상승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를 공약한 만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적용하겠다고 해서 여기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라며 “대선이 끝나면서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이 개선되고 위축됐던 심리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강남4구와 용산구의 아파트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은 21일 이번주 용산구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4월 둘째주)보다 각각 0.03% 올랐다고 밝혔다. 4주 연속 상승세다. 강남4구의 경우 송파구(0.00%)와 강동구(0.00%)는 보합세, 강남구(0.03%)와 서초구(0.03%)는 개포동 및 반포·서초동 대형 위주로 신고가 거래되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0.00%)은 3주 연속 보합세다.
현장에서도 부동산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확실히 겨울보다 문의가 크게 늘었다. 애초에 가격대가 높다 보니 거래량은 많지 않지만 꾸준히 매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연초 문의도 없던 수준과 달리 조금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규제완화 등 각종 정책 발표를 미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공급량도 적정 범위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당초 부동산 대책의 대대적 손질을 예고한 것과 달리 ‘규제완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점진적인 공급량 확대 부분이 확인돼야 안정세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그 부분이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양도세 중과 완화와 같은 과세 정책이나 전월세 가격과 관련된 임대차3법 등의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하반기는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 금리를 1.5%로 인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대응하기 위해서다.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할 것”이라며 추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