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임신 중절)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져 미국 전역에 파문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각) 폴리티코·로이터·CNN·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 권리이며 50년 가까이 이 땅의 법이었다”며 “기본적인 법적 공정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뒤집혀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도된 결정문 초안이 진본인인지 법원의 최종 결정을 반영한 건지 알 수 없다”면서 “만약 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뒤집는다면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여성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를 옹호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로 대 웨이드가 명시한 자유는 우리 모두가 국가의 간선을 받지 않는 삶의 영역을 즐길 것을 요구한다. 누구와 결혼하거나 피임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을 포함한 영역”이라며 “11월 8일 낙태권을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투표하라”는 성명을 냈다.
앞서 폴리티코는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기로 했다는 98쪽짜리 다수 의견 판결문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임신 22~24주 이전까지는 임신 중절을 허용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우위로 법관 구성이 바뀌면서 상황이 변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초안에는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처음부터 심각하게 잘못됐다. 우리는 로 및 케이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제는 헌법에 귀를 기울이고 낙태 문제를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는 내용도 적시됐다.
이를 두고 미국 사회에서는 찬반 진영 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미국 절반 이상의 주에서 낙태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거나 파멸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이라며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같은 지역의 운명은 민주당 지지 주지사가 재선에서 승리할지, 패배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쪽이 낙태권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연방대법원 사상 초유의 결정문 초안 유출 사건이란 점도 논란이다.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문건은 진실이지만 법원의 결정이나 사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최종 입장을 대변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의도였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