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를 철거한 뒤 다시 짓기로 결정했다. 총 비용 약 3750억원, 총 소요기간은 70여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산이 전면 재시공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만큼 돌파구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붕괴사고와 관련한 행정처분이 아직 남아있고 추가 비용 지출도 예상되는 만큼 난관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주자 예정자 요구에 따라”… 정몽규, 철거 후 재시공 결단
정몽규 현산 회장은 4일 오전 용산구 현산 사옥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화정 아이파크 8개동을 모두 철거한 뒤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화정 아이파크는 1·2단지로 나뉘어 있으며 8개동 847가구가 오는 11월30일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11일 건물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공사가 중단됐다. 사고가 발생한 동은 201동으로 39층 콘크리크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지면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결단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시급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습방안으로 △사고가 발생한 201동만 철거 △201동이 포함된 2단지 철거 △1·2단지 전체 철거 등 3가지 방안이 검토된 바 있다. 입주예정자 측은 전면철거를 요구했으나 현산은 “나머지 동에 대해선 구조안전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 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회장은 결정 배경에 대해 “고객의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철거·재시공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보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총 3750억원 손실… 준공까지 70개월
현산은 준공까지 5년10개월, 약 70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원기 건설본부장은 “아직 철거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주변 민원과 인허가 과정, 철거 과정까지 고려했을 때 70개월 내외로 공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손실 비용은 총 375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선반영한 1750원에 더해 2000억원이 추가투입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연비용이나 앞으로 입주 예정자와 입주예정자 주거지원비, 앞으로 협상·협의해가면서 정할 금액이 그 정도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지난해 1750억원을 계상했고 약 2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산의 예상과 달리 향후 철거·시공 과정에서 공사 기간과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라 자금조달을 해 준 금융사에게 내야 할 금액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화정 아이파크 사업 시행사인 HDC아이앤콘스에 중도금을 대출해 준 상태다. 이 사업을 위한 PF금융지원에 참여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다.
현산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 포괄적으로 추가비용이 2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라며 “아직 공법이라든지 열려있는게 많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봐 달라”라고 했다.
하반기 ‘행정처분’ 예고… ‘등록말소’ 피할까
현산의 결정이 하반기 발표될 행정처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당초 국토부는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에 이어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까지 두차례의 대형 사고를 낸 현산에게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려줄 것을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서울시는 관련 징계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앞서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서울시로부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등으로 각각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총 1년4개월 영업정치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 현산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으로 예정된 8개월 영업정지 처분 철회를 요청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4억623만4000원의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연일 현산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원 후보는 지난달 29일 광주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기업은 망해야하고 공무원들은 감옥에 가야한다. 시민들이나 지역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기업, 공무원은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도 “그 방향으로 강화하겠다”며 강경 기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