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각종 악재 속에서도 올 2분기(4~6월)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하지만 우호적인 환율에다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의 고수익 차량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매출 컨센서스(예상치 평균)가 각각 33조1465억원과 20조32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2조2837억원, 1조8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2분기 실적이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은 8년 만에 2조원을 넘게 된다. 기아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뒤 역대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앞서 기아의 분기 최대 실적은 지난 1분기에 기록한 매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 1조6065억원이다.
이 같은 호실적을 이끈 데에는 제네시스와 SUV 위주의 판매 포트폴리오가 조정된 영향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 2분기 판매 대수 자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와 3% 줄었다. 반면 제네시스 판매가 크게 늘었고 무엇보다 대형 SUV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수익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SUV는 고가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여기에 최근 우호적인 환율 여건도 실적 개선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2만5688대를 판매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썼다. 올 2분기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16%로 1년 전보다 6%포인트 높아졌다. SUV 판매 비중 역시 절반이 넘는 60%를 차지했다.
게다가 해외시장 인센티브 감소 역시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오른 1298원으로 집계됐다. 핵심 시장인 미국 내 자동차 판매를 위해 지급하던 인센티브도 7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커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센티브 절감에 따른 영업익 증가는 사상 최대 수준인 6208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에서 대당 인센티브가 71% 감소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환율로 인한 영업익 증가도 4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며 "신흥국 환율이 안정화된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전망은 밝다. 발목을 잡았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생산량 반등으로 하반기에는 물량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