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노후화된 전투기가 민가 쪽으로 추락하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다 순직한 고(故) 심정민 소령의 유족이 김건희 여사와 자필 편지를 주고받았다. 심 소령의 유족은 지난달 열린 심 소령 추모음악회에 참석한 김 여사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고, 이에 대해 김 여사가 자필 편지를 다시 보내온 것이다.
26일 쿠키뉴스는 심 소령의 유족이 김 여사에게 보낸 편지를 단독 입수했다. 심 소령의 유족은 김 여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슬픔이 너무 컸다”며 “순간순간 떠오르는 정민이의 생각에 일상이 슬픔이 돼 힘겹게 버티며 지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심정민 소령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며 “저희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추모회 당시 방명록에 새긴 글귀와 참석자들 앞에서 위로의 말씀을 해주신 게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다”며 “잔잔한 울림이 돼 큰 감동과 위로가 됐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 여사는 유족에게 자필로 답장을 적어 보내왔다. ‘고 심정민 소령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가족 여러분께’라고 제목이 적힌 김 여사의 편지에는 “어머님께서 정성으로 쓰신 편지를 먹먹한 가슴으로 읽어내려 갔다”는 문장으로 편지를 시작한다.
김 여사는 “추모음악회에 들러 작은 위로밖에 전하지 못한 제게 오히려 감사함을 표하시니 송구한 마음”이라며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것만큼 고귀한 희생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 찰나의 시간에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쳤을 텐데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생명을 던진 그 위대한 희생에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심 소령은 영웅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숨겨진 영웅들을 정성껏 예우하고 남은 가족을 돌보는 건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심 소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큰 관심을 갖고 성원하겠다”고 밝혔다.
심 소령의 유족 측은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김 여사에게 보낸 편지는 심 소령의 장례식 때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와서 아버지께서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계셨다”며 “현충일 때도 이름을 따로 언급해주시기도 하고 추모음악회에 김건희 여사가 저희 모르는 사이 오셔서 저희 가족의 손을 잡아주시고 많이 위로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 무모할 수도 있지만 손 편지를 쓰게 됐다”며 “오늘(26일) 오전 어머니 편으로 편지가 도착해서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아래는 심 소령 유족이 김 여사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과 김건희 여사님께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
그리고 영부인이신 김건희 여사님
저희 아들 고 심정민 소령에 대한 깊은 관심과 베풀어주신 사랑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
한없이 부족한 제가 저의 아들이자 나라의 아들인
심정민 소령의 이름으로 용기를 내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금년 1월 11일 저희 가정의 희망과 꿈이었고 자랑이었던 아들의
충격적인 사고 소식은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들려오는 사고 소식을 애써 부정하며 울부짖었습니다.
사고 현장에 갔을 때에도 아들 정민이는 남달리 운동신경이
뛰어났기에 누가 뭐라 하여도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 속에
눈앞에 펼쳐진 사고기와 함께 산화해버렸다는
사고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몹시 힘이 들었습니다.
선진국에 진입하였다고 자랑하던 대한민국 이 나라에서
기체 노후와에 의한 사고였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을 원망하였으며
아들을 지켜주지 못하였다는 부모와 가족들의 마음은 사고
이후에도 죄책감이 되어 모두 큰 슬픔으로 애통해하며 지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저희 가족에게
따뜻한 발길과 손길이 되어 다가와주셨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지난 1월 13일 대통령 선거운동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모든 일정을 뒤로 하시고 늦은 시간임에도
먼 거리에 있는 아들의 빈소에 직접 찾아주시고
저희 가족들에게 위로해주셨던 따뜻한 마음과 말씀,
귀하신 발걸음 저희 가족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고마움 잊지 못하고
마음 속 깊이 감사함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의 아들 고 심정민 소령은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떠한 위로보다도 사랑스런 아들을
잃어버린 그 슬픔이 너무나 크고 크기에 가족들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저민이의 생각에 일상이 슬픔이 되어
힘겹게 버티며 지내왔습니다.
그 일상의 슬픔 속에
어느날 큰 울림이 저희 가족들의 가슴에 전해 왔습니다.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통령님께서 고 심정민 소령을
제일 먼저 언급하시면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꿈이었던 영웅”이라고 기억하며 말씀해주셔서
저희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려 드립니다.
이에 더하여
최근 있었던 6월 18일 고 심정민 소령의 추모 음악회에
영부인이신 김건희 여사님의 깜짝 방문으로 저희 가족과
그날 참석해주신 분들께 큰 기쁨의 선물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사님께서 방명록에 새겨주신
“당신의 고귀한 희생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신이
되었습니다”라는 귀하신 글귀와 모든 참석인들 앞에서
큰 위로의 말씀을 해주신 모습과 말씀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저희 가족과 추모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마음속
잔잔한 울림이 되어 큰 감동과 위로가 되었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끝으로
대한민국을 위하여 열심히 힘써 일하시는
대통령님의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존경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그리고 영부인이신 김건희 여사님 적극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임: 저희 정민이는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생전 윤석열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존경하였습니다.
심정민 소령 부 심길태, 모 최원숙 올림
아래는 김 여사가 보낸 자필 답신이다.
안소현·황인성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