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여만의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며 국내 경제 상황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시각) 연준은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2.25~2.50% 범위로 인상하기로 했다. 0.75%p 인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 2.25%보다 높아졌다. 지난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만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에도 0.75%p 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미국이 40년여 만에 최악의 물가 상승을 겪으면서 이례적으로 2개월 연속 0.75%p 인상을 단행한 것.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6월 9.1%까지 치솟으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폭의 추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며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 다음 FOMC는 9월에 열린다.
때문에 이러한 0.25%p 금리 역전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금리 정책 결정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열린다. 금통위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p 올리면 다시 한미 기준금리도 같게 된다. 연준이 다음 FOMC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시사한 만큼 한미 금리 역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한국에서 돈을 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역전 시기마다 오히려 자본이 순유입됐다. 또 시장이 이미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예상한 만큼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시장모니터링본부장은 지난 13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 및 자금유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양국간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은 이미 반영해 온 상태”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 기간 미국의 금리가 한국 기준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였으나,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원화채권을 회수하기 보다 오히려 대규모(25조1000억원)로 원화 채권에 투자했다. 특히 역전 폭이 75bp로 가장 컸던 2018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2조 원을 순투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투자 패턴과 과거 정책금리 역전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실제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큰 폭의 자금 유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들은 정책금리 수준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