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만 별도로 구독할 수 있는 제도가 추진된다. 전기차 소비자가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만큼 제도가 도입되면 1000만원대 전기차 구매도 가능해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규제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
현행법상 자동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따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배터리 구독 서비스 상품은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개혁위는 올해 안에 자동차등록령을 개정해 자동차 소유자와 배터리 소유자가 다를 경우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면 전기차 초기 구매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에서 판매하는 니로EV 가격은 4530만원으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대체로 1000만원 정도 지원받아 353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배터리 가격(2100만원)을 빼면 최종 구매가는 143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에 전기차 판매에도 탄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에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높은 전기차 가격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구매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전기차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배터리 구독서비스가 허용되면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대여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여해준 배터리를 회수해 재사용하거나 새 배터리를 만들 때 원료를 추출해 재활용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해야 경쟁력이 확보되고 보조금도 줄일 수 있을 텐데 (이번 조치는) 배터리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문제점이 최근 대두되는 만큼 배터리 업계에서는 구독 서비스 도입이 배터리 재사용이나 재활용 사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규제 개선은 자동차 등록원부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나눠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소유권 분리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거나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이 구독료를 결정짓는 큰 요소가 될 것”이라며 “배터리 재사용이나 재활용 생태계로 이어져야 저렴한 가격 제공 등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겠지만 배터리 구독료를 포함한 전체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배터리 사용료가 생각보다 비싸다면 ‘조삼모사’와 같은 것 아니겠느냐”며 “업계와 소통을 통해 보다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