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가능한 의사가 점점 줄어든다. 정부는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개선안만 내려한다. 신경외과 의사 목소리를 들어 달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을 계기로 신경외과 의사의 고된 현실이 드러났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바라본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간호사는 출근 이후 두통을 호소하고 원내로 입원했으나 개두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교수 2명이 휴가로 인해 부재중이었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했지만 끝내 숨졌다.
발제를 맡은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는 “‘국내 최대 병원에서 이런 응급 상황 시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답”이라며 “전국 85개 전공의 수련 병원에서 해당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총 133명뿐이다. 즉 한 병원 당 2명이 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한 병원이 1년 365일 당직 개념으로 진료가 이뤄지기 위해선 최소 3명의 뇌혈관외과 의사가 필요하다. 현재 약 150명의 전문의가 있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최소 100명 이상 더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두 명의 전문의가 번갈아 당직을 서면서 최소 180일 이상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지역 병원의 경우에는 전문의가 1명뿐인 경우가 많아 최대 350일까지 당직을 서야 한다.
그는 “전임의 경우 신경외과 전문분야 중에서도 뇌혈관 전문은 전체 약 20% 내외로 매우 적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경외과 전문의 배출 수가 갈수록 줄어 결국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며 “전공의 지원 수도 마찬가지다. 수련을 받다 중도 포기하는 비율도 타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신경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89명에서 117명으로 늘었다. 정작 배출된 신경외과 전문의는 91명에서 78명으로 줄었다.
최다 근무시간, 업무부담 증가…높은 수련강도 때문에 중도 포기도
원인은 무엇일까. 전공의들은 의견조사에서 의료사고 위험도, 저수가, 수련과정의 어려움 등을 선택 저해 요소로 꼽았다.김대현 대한신경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그 중에서도 ‘높은 수련강도’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수련교육이사에 따르면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 중 신경외과는 평균 136시간으로 1위를 차지한다. 흉부외과는 132시간, 성형외과는 112시간으로 크게 24시간 차이가 난다.
다행히 전공의법에 의해 주 80시간이 시행되면서 전공의 지원율이나 수련포기율은 나아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임의와 지도전문의들의 업무부담이 증가하면서 인원이 줄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신경외과 전임의 수는 102명이었지만 2022년 16명 줄어 86명에 그쳤다.
김 수련교육이사는 “신경외과 진료 특성상 수술 자체가 고난이도다. 많은 수련시간이 필요하지만 전공의법으로 인해 수련시간도 부족하고 전공의 정원 20% 감축으로 교육할 환경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전문과목학회의 전공의 목표정원을 조정해 미충원율 매년 8%을 증원해야 한다. 즉 250명의 목표정원 재조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대형병원이 신설되는 증가만큼이라도 우선 목표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질적 원인 ‘인력부족’…충원 위한 수가 개선 시급
인력 충원을 지원하기 위한 수가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석규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정책이사는 “현내 뇌혈관 수술 전문의는 부족하고 각 기관별로 어렵게 진료를 유지하고 있다. 신경외과는 수련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급여 수준은 다른과와 다르지 않아 전공의 지원이 높지 않은 것”이라며 “더 실력 좋은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분야 행위에 대해 별도의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휴일, 시간외, 심야 가산을 따로 적용하고 있다. 신경외과 분야 특성상 응급환자 경우 중환자인 경우가 많아 당직 근무를 유지해야 하는데, 365일 24시간 당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확보가 중요하다. 각 시간별로 가산율을 다르게 적용시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박 정책이사는 “고난이도 수술에 대한 상대가치 수가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중증환자에 대한 중재술은 지속적으로 증가되나 수가는 제자리 걸음으로, 위험도가 높은데도 시술로 인식되고 있다”며 “당장 수가를 올리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으로 외과계 수술 수가를 원가보장 100%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 및 수가 개선,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인력 부족도 의대 정원 확대부터 전공의 지원 확대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며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필수의료과들의 입장을 검토해야 하고 어떻게 지원해야할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