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들이 잇따라 불법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근 연이어 리베이트 폭로 파문, 환자 개인정보 유출, 허위 특허 등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법안 강화했다더니…제약사 리베이트 또 터졌다
병원-제약사간 불법 리베이트는 매우 오래된 관행처럼 여겨진다.
제약사는 의사 측에 자신들의 약을 써주는 대신 현금, 물품 심지어는 사람까지 내어주기도 한다. 일례로, 영업사원 통장을 통해 현금세탁 방식으로 리베이트 돈을 마련하거나, 카드깡·상품권깡을 통해 처방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2019년에는 공중보건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글쓴이가 제약회사 직원과 술을 마신 후 성관계를 했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일명 ‘몸로비’까지 행해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리베이트 건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실적압박에 쫒기는 일부 영업직원들이 상당 물량의 약품을 미리 결제해놓고 추후 반품하는 식의 ‘밀어넣기’ 영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가격이 오른다’면서 약국에 사입량 증가를 유도하는 사례가 커뮤니티를 통해 폭로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해 이전 폐지했던 불법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 보험 약가인하 및 급여정지 처분을 2018년 재도입,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 제공 시 해당 내역을 보고하는 지출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또한 쌍방 처벌제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사들에게도 벌금형을 부여했다.
이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는 대가성 불법 사례금을 제공한 제약회사를 신고한 신고자에게 보상금 2억27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 뿌리를 뽑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방안으로는 리베이트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2021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리베이트 적발 사례 총 35건 중 22건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 인증을 받은 제약사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증 받은 제약사마저도 뒤로는 고질적인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A제약사에 다니는 4년차 영업사원은 “리베이트는 같은 제네릭으로써 경쟁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선택 중 한가지인 셈”이라며 “대기업 같은 경우는 해외학회, 임상연구 등을 통해서 리베이트라는 이름 대신 공식적인 방법으로 활용해 영업을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우 마땅히 활용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측은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약가인하 및 급여정지 처분을 더 엄격하게 집행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 판매촉진 영업자(CSO)의 우회적 리베이트 제공 차단 및 지출보고서 제도개선 등 투명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환자 개인 정보유출, 허위 특허 관련 문제까지 ‘시끌’
올해 제약사는 리베이트 외에도 다양한 문제로 언론이 시끄러웠다. 환자 개인 정보유출에 가담했거나, 허위특허 소송 재점화, 불법제조 사례가 줄줄이 이어졌다.
지난 2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병원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과문을 공지한 바 있다. 한 직원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11월 사이에 프로그램을 목적 외로 사용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역시 본원 직원이 2018년, 2019년에 걸쳐 접근권한을 남용해 시스템에 접속 후 제3자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문을 올렸다.
그 배후에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강남성심병원 관계자는 “국내 모 제약사 영업사원이 본원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해당 제약사에 무단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일은 2021년에도 있었다. 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성모병원, 고려대병원 등 유명 대학 병원에서 민감한 환자 정보 수십만 건이 제약사로 넘어간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에서는 10만건 이상의 환자 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됐다. 이는 2020년 12월 경찰이 JW중외제약 리베이트건 수사 중 환자 정보 유출 정황을 포착하면서 밖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제약사가 병원 내부자와 식비 지불 등 일종의 거래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불법 제조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비보존제약, 삼성제약 등 여러 기업이 식약처로부터 임의제조와 시험법 불일치 제품 관련 제조정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의 허위특허 관련 소송도 다시 떠올랐다. 해당 제약사는 2015년 1월 특정 위장약 시험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 심사관을 속인 뒤 특허를 출원, 지난 3월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트북을 숨기고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실무자 일탈로 시험 데이터 기재에 문제가 있었지만 추후 특허 정정 청구로 오류를 바로잡았고 특허의 유효성도 확인받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재판은 지난 8월 진행 예정이었지만, 공판 기일 변경과 함께 이달 말로 연기됐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