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이 잘 안 감기고, 입이 돌아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귀 전문가들은 침 치료를 받기보다는 의과 진료를 봐야 완치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6회 귀의 날 맞이 대국민 귀 건강 포럼’에서는 ‘안면마비, 왜 귀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할까’를 주제로 귀 전문가들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면마비 환자는 2011년 6만3128명, 2020년 8만9464명으로 10년간 42%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2020년 기준 50~6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45.7%를 차지하지만, 20대 이하 환자도 9.8%로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안면(신경)마비란 눈 밑 떨림, 어깨·목 결림 등 얼굴의 한쪽 또는 일부가 마비되고 얼굴 근육들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발생환자 대다수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3개월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평생 얼굴에 후유증이 남는다.
여승근 경희대의료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안면신경은 뇌에서 뻗어 나와, 귀와 침샘을 거쳐서 얼굴 근육 전체에 분포해 있다. 따라서 안면마비가 되면 눈이 감기지 않거나, 볼이 움직이지 않거나 입이 벌려지지 않는 등 다양한 증상이 있다. 특히 귀와 연결 돼있어 중이염이나 귀 종양이 생기면 안면신경마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마비 원인은 벨마비, 중이염, 헤르페스 감염, 외상성 안면마비, 귀 종양 등 다양하며 귀와 연관된 경우가 90% 이상이다. 그중 벨마비가 가장 흔하며 매년 1000~1500명에게서 발생한다.
안면마비는 적극적인 치료로 대부분이 치유되지만, 간혹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 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안면마비는 외적 불편감을 주기 때문에 무기력, 좌절 등을 느껴 대인기피증, 우울증까지 오기도 한다. 또 눈을 감지 못해 안구 감염, 각막 손상이 올 수 있고 전반적 생활 불편을 초래한다.
여 교수는 “안면마비는 벨마비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조기에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과학적 원인이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는 것이고 이는 스테로이드 등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급성인 경우 제때 약물 혹은 시술치료를 받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거나 만성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이종대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과거 연구결과에서 안면마비를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경우 68%가 좋아졌고, 조기 스테로이드 치료를 했을 경우 90%가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내는 안타깝게도 환자 43%가 약물을 쓰고 있지 않다. 대부분 자연회복 혹은 부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안면마비 치유 수준도 70~80%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벨마비는 처음 발병시 정상적 회복을 위해 2~3일 안에 고농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스테로이드 처방이 중요한 이유는 신경 손상 후 생기는 왈러변성이라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만성적 안면장애를 일으킨다.
또한 헤르페스감염으로 인해 안면마비가 생긴 경우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필요하며 때에 따라 안면신경 감압술 등이 필요하다. 초기 치료에도 불구하고 추후 안면신경장애가 남는 경우 보톡스 주사 치료, 도수 치료, 수술 등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 치료가 아닌 미용목적으로 분류해 보험의 틀에 적용받지 못하고 있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따라서 안면마비는 즉각적으로 약물 투여나 수술을 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OECD 국가 중 대부분이 안면마비 클리닉을 이비인후과 내에 둔 이유다”라며 “안면마비에서 과학적 진단과 함께 보존적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적 치료까지 종합적인 치료 계획을 하는데 있어 이비인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회 차원에서도 국민 인식 전환을 위해 포스터 배포, 유튜브 제작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들도 이에 관심을 갖고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