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내 부모를 마음대로 묶었다”

“병원이 내 부모를 마음대로 묶었다”

5일 국민동의청원에 ‘진상조사 및 시정조치 요구’ 글 올라와
의료 현장 속 간호사·의사 “응급 시 동의서 받기 곤란”

기사승인 2022-09-14 06:00:02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한 보호자가 동의 없이 환자에게 억제대를 하고 처치실로 격리한 병원을 폭로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 현실과 맞지 않는 지침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폐암인 74세 아버지를 경기도에 위치한 A 대학병원에 모셨다고 밝힌 한 글쓴이가 국민동의청원에 ‘병원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정부의 진상조사 및 시정 조치 요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믿으려하고 믿어야지 했던 A 병원 모든 의료진에게 해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제기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자신의 아버지는 5월 A 병원에 입원 한 후 항암치료 및 수술을 받았다. 2달간 가족들과 어머니가 주로 아버지를 돌봤지만 8월10일 어머니가 병세가 악화돼 2주간 간병인을 고용했다. 23일 어머니가 간병을 위해 병원으로 돌아왔고, 아버지 이마 위에 전에는 없던 상처를 발견했다. 의료진에게 상처가 뭐냐고 묻자 전날 침상에서 떨어져 생긴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는 “의료진은 낙상 직후 검사를 다 했고 이상이 없었다면서 밤이 너무 늦어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되도록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말이 안된다”며 “환자가 낙상한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환자를 마음대로 검사하며 함부로 대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낙상도 병실이 아닌 처치실에서 발생했다. 아버지가 밤에 잠을 안자고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처치실에서 잠을 재웠고 그 사이에 낙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게다가 소변줄을 빼려 한다는 이유로 손과 발을 묶어뒀는데, 이 모든 것이 보호자 동의 없이 의료진 마음대로 한 만행”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8월27일 토요일 퇴원 예정이었던 환자다. 그런 아버지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옮겨진 처치실에서 낙상한 이후 식사를 못하시고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져 결국 26일 사망했다”며 “코로나로 보호자의 출입이 제한된 현재 의료체계에서 보호자가 의료진을 믿고 환자를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A 병원의 위와 같은 행태를 적극 조사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병원 측은 “관련 사실에 대해 보호자(글쓴이)가 보건소에서도 이의 제기를 했다. 병원에서도 보건소에 이에 대한 답변을 보냈다”며 “자세한 내용은 개인정보인 만큼 말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할 영통구 보건소는 “신문고를 통해 보호자 내용을 접수 받았다. 병원 측에서 전달받은 사안은 보호자에게 14일쯤 답변을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5일 A대학병원 관련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글.   캡처

환자 ‘억제대·격리’ 인한 문제 지속…의료현실 고려한 방안 필요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39조 별표4의2에 따르면 신체보호대를 대신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환자 또는 보호자 설명 및 동의하에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의사 처방 하에 실시해야 하고, 의사는 처방 후 즉시 환자를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가 갑자기 밤에 환시·환청을 겪거나 정신이 불안정한 경우 위급한 상황으로 보호자에게 전화해 바로 동의를 받고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는 금방이라도 침상에서 떨어지거나 몸에 달고 있는 줄들을 뽑을 것 같은데 인력이 없을 경우 처치가 곤란해 의사에게 처방을 먼저 받고 후에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사례도 있다. 

격리 경우도 정신보건법 제46조에 따라 의사 판단 하에 행해질 수 있지만, 일반병원의 경우 별 다른 규정이 없다. 특히 처치실 격리와 같은 경우는 실제로 병원에서 환자가 불안정한 경우나 소리치는 등 본인의 치료 또는 타 환자에게 피해가 될 때 부득이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이에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억제대 사용, 격리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개정, 홍보,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과는 모호한 경계가 있어 의료진과 환자 가족 간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종합병원 준중환자실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갑자기 환자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거나 수액줄, 소변줄 등을 뽑는 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간호사가 밤새 옆을 지키고 있을 순 없으니 의사 처방 하에 억제대를 적용하고 다음날 보호자들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끔 불만을 호소하는 보호자와 싸우기도 한다. 보호자가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면서 억제대는 싫다고 하면 간호사 입장에서는 눈앞이 깜깜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할 때, 타환자에게 피해가 될 때 환자를 처치실로 빼기도 한다. 이는 의사에게 보고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만 안정제가 필요할 정도일 때 상황을 보고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내과 담당 중인 2년차 전공의는 “고령 환자 경우 수술이나 상태 악화로 섬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미리 보호자에게 충분히 억제대가 필요할 수 있음을 설명하지만,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경우 생기는 사고들은 오로지 의료진 탓이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은 알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억제대 사용과 관련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 병원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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