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병원은 내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위치, 동선 심지어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지도 유추가 가능했다. 마치 ‘의료진 손바닥’ 위에 놓여진 기분이었다. 즉, 의료진은 손 위의 디바이스를 통해 나에 대한 모든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함으로써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의료·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29일부터 10월1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는 총 8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의료기관들이 참여해 의료현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직접 스마트병원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참여병원은 한림대성심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강원대병원, 용인정신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었다.
스마트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활용해 환자안전을 강화하고 의료 질을 높이는 병원이다. 보건복지부는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매년 사업 대상병원을 선정하고 선도모델을 개발했고, 현재까지 39개 모델이 탄생했다.
이날 박람회에 찾아간 기자는 ‘환자’ 입장이 돼 각각의 스마트병동에 입원한다면 어떤 이점이 있을지 직접 경험해봤다.
분당서울대병원: 원격 중환자실 모니터링
‘비대면 협진’으로 거리 상관없이 상급종합병원 수준 의료서비스 받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원격 중환자실 실시간 모니터링 및 협진시스템(e-ICU)을 구축했다. 이는 협력한 의료기관 간 원격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대면 협진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중환자실 전문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2차 의료기관 등은 야간 응급상황 시 분당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연결해 협진을 볼 수 있다. 동시에 병실에 부착된 CCTV와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활력징후를 확인해 자세하게 환자 평가가 가능하다.
더불어 거점병원이 협력 병원의 중환자실을 모니터링하고 비대면 형태의 협진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역별 감염환자 현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협력기관 간 중환자실 입원 및 예약현황을 확인하고 중증도를 파악해 환자 이송이나 전원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환자는 거리상 서울로 입원하지 못하더라도 협력 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의 협진을 통해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중환자실 병상 현황 속에서도 원격 시스템으로 병원 입원현황을 한 눈에 살펴보고 환자 상태가 너 나빠지기 전 신속하게 입원 수속이 가능해진다.
아주대병원, 강원대병원: 낙상·욕창 예방시스템
팔찌에 달린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천장 위 카메라로 환자 위급상황 파악하다
아주대병원은 낙상과 욕창예방 통합중재시스템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 모바일이나 태블릿과 같은 사물인터넷(IoT) 장비, 실시간 위치추적시스템(RTLS) 등 다양한 기반기술을 도입했다.
먼저 스마트 낙상예방 통합관리시스템은 낙상 조기 발견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 통합낙상관리로 낙상 유병률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 팔찌에 실시간 위치추적센서를 달아 낙상 고위험군 환자를 관찰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환자가 병실인지 외부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병실에서 너무 멀어지거나 낙상 위험구역으로 갈 때 의료진에게 알람을 울린다.
스마트 욕창예방 시스템은 모바일을 통해 환자 체위변경이 되지 않았을 경우 지속적으로 의료진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간호사는 환자 체위변경 후 모바일에 수행한 간호행위를 체크하게 돼 있다. 또한 환자에게 이미지 교육도 가능하며 환자나 보호자가 원할 시 어디서나 교육 정보를 모바일로 전달할 수 있다.
요양병원이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 경우,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어도 지속적인 의료진 관찰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은 위치정보에 대한 본인 동의에 따라 진행된다.
강원대병원은 병실 천장에 설치한 어안렌즈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낙상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를 탐지해 의료진에게 상황을 알리는 낙상 및 욕창 예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화면 속에는 각각 침상과 환자가 보인다. 난간, 폴대 등 다양한 물건도 개별적으로 탐지 가능하며 환자, 의료진, 일반인도 구분이 가능하다. 카메라는 환자가 움직이는 이동 동선을 따라 환자를 표시하고 낙상이 일어나면 모션을 감지해 의료진에게 바로 알린다.
또한 고위험군 환자가 특정 자세로 일정 시간 이상 누워있는 경우, 이를 의료진에게 알려 욕창 예방을 가능하게 했다. 이 역시 CCTV 촬영 여부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진행하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가 의료진에게 직접적으로 불편감이나 위기 상황을 알리지 않아도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 보호자도 CCTV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데 높은 신뢰감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산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웨어러블 활력징후 확인
스마트링, 스마트 심전도 기기 통해 편의성 높이다
일산병원은 스마트워치와 같이 스마트링을 통해 환자 활력징후를 확인한다. 사이즈별에 맞는 스마트링을 끼면 심박동수, 산소포화도, 혈압, 체온, 심전도까지 측정가능하고 이상반응이 있을 때 의료진에게 보고된다. 환자는 개별침상에 놓여진 충전기로 스마트링을 충전하면서 자신의 활력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 매 시간 간호사가 활력징후를 측정할 때 환자를 찾거나, 환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일산병원에는 수액이 시간당 얼만 큼 들어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수액 측정기기와 소변량·수술부위 배액량 등을 측정하자마자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EMR) 연동 장비를 구축했다. 혈압기와 체온기도 측정하는 즉시 EMR로 연동된다.
환자가 앞에 있을 때 함께 확인하면서 기록하는 것이다 보니 오류가 적고, 환자도 자신에 건강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액 주입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는 주사제에 대한 부담이 있거나 예민한 환자에게 보다 안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응급실 환자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적용했다. 기존에는 응급실에 입원하면 환자들이 심전도 측정을 위해 여러 줄을 가슴에 꽂은 채 병상에 누워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스티커 세 개만 있다면 심전도 특정이 가능하다. 응급실 특성상 검사로 인해 이동이 많은 환자는 이로 인해 이동성이 편해졌다.
이 외에도 한림대성심병원은 키, 몸무게, 혈압 측정 시 바코드를 활용해 환자가 결과지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바로 접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채혈실, 진료실 등에도 이를 반영해 환자가 효율적으로 외래를 볼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꿨다. 더불어 환자 대기시간, 이동시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 원장은 “스마트병원이 ‘환자’ 중심으로 불리는 이유는 모든 프로세스가 환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외래, 입원 그리고 퇴원까지 환자의 세부적인 면을 한 눈에 확인하고 그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갈수록 환자의 서비스 기대 요구치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도 그만큼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 그만큼 환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아진다. 스마트병원은 그런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향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병원 확산지원센터를 통해 더 많은 병원이 스마트병원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