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꼴등이지만, 팬들만큼은 연전연승이다.
이번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주요 무대는 북미다. 8일(한국시간)부터 24일까지 뉴욕에서 그룹스테이지와 8강전을 치른 뒤 애틀랜타(4강)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그룹스테이지와 8강이 열리는 곳은 미국 스포츠의 성지로 불리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다. 결승전 장소 역시 유서 깊은 체이스 센터다. 2년 여 만에 유관중으로 열리는 롤드컵을 향한 라이엇 게임즈의 각오와 열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지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북미 등지에서 롤드컵이 열린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룹스테이지 시작 이후 3500여 석에 이르는 홀루 시어터는 연일 문전성시를 기록 중이다. 경기장 주변은 각자가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하다. 한국, 중국 관중들도 적잖게 눈에 띄지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현지인들이 관중의 대부분을 이룬다.
대회 양상은 현지 팬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진 못하고 있다.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리그인 LCS는 이번 대회에서 크게 고전 중이다. 4대 메이저 리그로 통하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크게 떨어진 LCS는 이번 대회에서 공개 처형을 당하고 있다. 서머 시즌 우승팀인 클라우드 나인(C9)을 포함해 출전 3개 팀이 10일 경기까지 전부 패했다. 4일차 마저 패하면 안방에서 1라운드를 전패로 마무리하게 된다.
처참한 상황이지만, 팬들은 e스포츠 최대 규모의 축제를 순수하게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기자가 본 어느 팬들보다 열성적이다. 작은 장면에도 상상 이상의 반응들이 터져 나온다. LCS 팀이 득점하면 홀루 시어터 내부가 쩌렁쩌렁 울린다. 소음 차단 기능이 있는 선수들의 헤드셋도 이들의 함성을 밀어내지 못한다.
경기가 늘어지면 일부 관중들이 곧바로 흥을 돋운다. 상대 팀들에 대한 존중도 일품이다. LCS의 경기가 모두 종료되어도, 다른 팀들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기 전까지 좀처럼 경기장을 뜨지 않는다. 상대가 LCS를 꺾은 팀이어도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준다. 진정으로 e스포츠를 사랑하지 않으면 보낼 수 없는 응원이다.
이들의 응원 문화는 롤드컵 무대를 숱하게 밟은 선수들에게도 낯설고도 색다른 경험이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선수단도 관중들의 열띤 응원에 가슴이 끓어오르고 있다.
쿠키뉴스와 현장에서 만난 ‘구마유시’ 이민형(T1)은 “관중들의 함성이 커서 놀랐다. 롤드컵을 치르러 왔다는 게 실감 났다”고 말했다. ‘룰러’ 박재혁(젠지 e스포츠)은 “이렇게 환호를 받아본 기억이 있나 싶을 정도로 환호를 크게 받아서 너무 짜릿했다. ‘이 맛에 롤드컵 하지’라는 생각도 조금 했다.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로 7번째 롤드컵 무대를 밟은 ‘데프트’ 김혁규(DRX)는 “월즈라는 무대에서 다른 나라의 팬분들한테 환호를 받는다는 게 되게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즐거웠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더 잘해서 그냥 이 무대에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즐거워했다.
뉴욕=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