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지고, 느껴보고, 맡아보는 ‘체험형’ 카페. 거기다 건강과 미용까지 챙길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MZ세대를 겨냥한 카페 창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제약사들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사진 찍기 좋은 ‘힙(hip)’ 분위기와 디자인, 그곳에 자연스럽게 진열된 제품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일종의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여기에 제품을 ‘맛보기’ 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를 더해 흥미를 일으키고, 인스타·페이스북 등 인증샷 SNS 후기를 통해 간접적 홍보까지 노릴 수 있다.
“건강식 브런치와 디톡스 음료, 그리고 비건 오메가3 주세요”
쉴 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의도 IFC몰. 널찍하게 자리 잡은 브런치 카페가 보인다. ‘뉴오리진’이란 이름의 이 카페는 일반 매장들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약 진열장이 이색적이다. 유한양행의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이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매장이기도 하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장소 곳곳에 건강기능식품, 건강차 등 자사 제품이 어우러지게 진열돼 있다. 메뉴는 ‘건강한 생활’ 모토에 맞게 샐러드, 통밀을 활용한 파스타 등 천천히 흡수되거나 소화가 편한 식재료를 베이스로 했다. 음료도 생강, 과일, 견과류 등으로 만들어진 디톡스 음료와 차(茶)가 메인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FC몰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는 배누리씨(33세·여)는 점심시간에 종종 이곳을 찾는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식사와 커피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고, 살이 덜 찌고 소화에도 부담 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다.
배씨는 “장이 예민한 편이라 먹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데, 이곳은 올 때마다 부담이 없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격대는 점심식사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한 번쯤은 나를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먹으러 온다”며 “무엇보다 식사를 하면 건강기능식품을 맛보기로 받을 수 있는데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근처 호텔에서 열린 심포지엄 참여 차 들렸다가 우연히 뉴오리진에 방문한 최기언(29세·남)씨는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이리저리 진열장을 둘러봤다. 그는 이러한 제품 진열 공간이 홍보 느낌보다는 흥미로운 볼 거리에 가깝다고 소감을 전달했다. 마치 드럭스토어에 온 기분과 같다는 것이다.
최씨는 “공간을 예쁘게 잘 꾸며 놓은 것 같다. 음식 종류도 그렇고 젊은 여자분들이 많은 데 이유가 있어 보인다”며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제품을 하나 사가도 좋을 것 같다. 처음 들어본 건기식 제품이 있는데, 맛보기로 먹어보니 특유의 약 비린내가 안 나서 좋더라”라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뉴오리진 매장은 여의도 IFC몰 오픈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판교점, 동부이촌점, 광화문점, 롯데 김포공항점까지 5곳이 운영되고 있다.
“10잔 마시면 립밤, 20잔 마시면 선크림 드려요!”
패션, 명품, 에스테틱 등 뷰티문화 거리로 유명한 강남구 도산대로. 큼직한 건물들 사이로 초록빛 간판 카페 ‘파티온’이 있다. 동아제약의 더마 코스테틱 브랜드 ‘파티온’을 테마로 한 매장이다. 동아제약 건물 사내카페로 자리했지만, 값비싼 강남 물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근처 회사의 20-30대 여성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지난 8월 오픈해 홍보가 잘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2000~4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은 물론, 쿠폰 도장을 모으면 무료 음료가 아닌 무료 샘플을 준다는 점이 독특하다.
카페 곳곳에는 파티온의 주력 제품인 선케어, 스킨케어, 마스크 등 제품을 깔끔하게 진열돼있다. 파티온은 피부 트러블에 예민한 20~30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이번 카페 운영을 통해 제품 체험을 넓혀 젊은 직장인 여성을 사로잡고자 했다.
매장 직원은 “사내 카페로 시작해서 아직 홍보가 덜 된 상황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며 “깔끔한 디자인, 저렴하고 다양한 차 종류, 그리고 화장품 샘플 증정 등으로 젊은 여성분들이 주 고객층”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음료만 판매하고 있지만, 조만간 베이커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매장측은 쿠폰 이벤트 외에도 파티온 화장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이벤트들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도 대세는 ‘팝업스토어’…체험 원하는 MZ들 모여라
이 외에도 제약업계는 체험형 M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팝업스토어(임시매장)을 운영하는 추세다.
삼일제약의 웰니스 브랜드 일일하우는 지난 1월 강남구에 위치한 체험형 팝업 플랫폼 옐로우바스켓에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삼일제약은 청정 제주의 환경을 재현해 ‘100% 식물성 건강식품’이라는 브랜드 특성을 표현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현무암을 배치해 일일하우 제품이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경남제약도 레모나 관련 팝업스토어를 매년 열고 있다. 지난 8일 강남 알베르 카페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는 신제품 레모나X손흥민 한정판 포토카드 실물 전시와 함께 제품 시식 기회, SNS 업로드를 통한 무료 증정 이벤트가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주로 중장년층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젊은 세대 관심도는 떨어진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페 형태의 매장을 운영해 음식, 음료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2030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실제로 매장 운영을 통해 젊은 세대의 생활패턴을 반영한 건기식 제품군이 알려지고, 매출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