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시험(국시) 거부, 집단 휴진 폭풍까지 불러온 의사 정원 증대 논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안정 이후로 일단 유보한 정부와 의사단체 논의 기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압박이 커지고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정합의 채비에 나섰다.박수현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아직 보건복지부 공식 요청은 없었다. ‘9.4 의정합의’에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분명 약속했다. 정부가 이를 엎기 힘들지 않겠나”라며 “독감이라던가 영유아 사이 메타뉴모바이러스라던가 계속 감염병이 돌고 있어 의료계 부담이 크다. 당분간 동향을 본 뒤 논의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적정 시점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 보고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협상에 필요한 자료, 통계, 해외사례 등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의료계는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추진에 반기를 들고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의대생들은 국시 응시를 거부했다. 지난 2020년 9월4일 정부, 여당과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공공의료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 후, 복지부-의협으로 이뤄진 의정합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의대 정원 확대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의사 증원 논의를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복지위 국감장에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이 의사인력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나왔다. 이어 김 의원은 복지부가 의정협의체를 통해 재논의하겠다는 의정 합의로 인해 주저하고 있다며 복지부에 재가동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어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의대 증원 확대를 언급했다. 강 의원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을 두고 “의대 정원 동결이라는 잘못된 정책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위 정춘숙 의원장 역시 “언제까지 의정 협의를 진행해나갈지 구체적 답안을 준비해 보고해달라”고 언급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복지부가 의정 협의를 핑계로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믿어달라”면서 “필수의료를 확충하고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은 동감한다. 촉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서도 의정협의 재개 의지를 밝혔다. 조 장관은 지역 간 의료격차 및 의사 인력 불균형 해소 방안 질의에 “코로나 안정화 추세 등을 종합 고려해 의료계와 적정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또 보건의료 10대 현안 중 하나로도 적정 의료인력 양성을 꼽았다.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의대 증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달 30일 의사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대 입학 정원 3058명은 17년째 동결 중”이라며 “의사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의사 인력 확충 없이 환자 안전, 공공병원 확충이나 환국 의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의사인력 확충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