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는 사람이 묻힐 6.61㎡(2평) 공간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지난 2011년 개정된 한국 최저주거기준법은 그보다 약 두 배 큰 13.88㎡(4.2평)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톨스토이도, 주거기준법도 사람이 어떤 집에 살아야 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 명확하게 답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안에 곰팡이 핀 집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취재를 시작하고 곰팡이 핀 집에 사는 청년의 사례를 찾았다. 하루에 열 건이 넘는 연락이 쏟아졌다. 곰팡이는 물리적으로 청년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누군가는 옷을 내다 버려야 했고, 또 다른 이는 폐렴에 걸렸다.

한밤중, 무엇인가가 곤히 잠든 그의 뺨을 때렸다. 깜짝 놀라 일어난 김씨는 정체를 확인하고 아연실색했다. 범인은 곰팡이 핀 벽지였다. 곰팡이와 습기로 접착력을 잃은 벽지가 떨어져 얼굴을 덮친 것이다.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김씨는 벽지를 둘둘 말아 방 한쪽에 둔 채 살았다.
한 달 뒤, 김씨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갔다. 폐렴이었다. 의사는 곰팡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김씨는 난방 없이 살아야 했다. 난방을 켜는 즉시 결로 현상이 생겨 곰팡이가 다시 피어났기 때문이다. 잘 때는 패딩을 입었다. 집 안에서도 입에선 하얀 김이 나왔다. 김씨는 간신히 6개월의 계약 기간을 채우고 탈출했다. 가진 예산으로는 고시원밖에 갈 수 없었지만, 곰팡이가 피지 않는 방이라면 어디라도 좋았다.

자국은 커튼으로 가릴 수 있지만, 냄새는 숨길 수는 없었다. 축축한 물비린내가 방안에 진동했다. 잠도 자기 힘들었다. 혹시라도 곰팡내가 배었을까 싶어 옷 냄새를 맡는 것이 습관이 됐다.
지난여름, 이씨는 본가에 다녀오느라 며칠간 집을 비웠다. 그는 돌아와 옷장을 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무 벌이 넘는 옷이 곰팡이로 뒤덮였다. 옷을 들자 정체 모를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차마 세탁소에 가져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열 벌이 넘는 옷을 버려야 했다.

부푼 가슴은 금세 가라앉았다. 원룸은 주차장이던 공간에 샌드위치 합판을 덧대 만든 방이었다. 화장실에는 주차장 필로티 기둥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곰팡이는 무섭게 번식했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대로 닦았지만, 금방 포기했다. 고된 택배 일을 마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 증식하기 시작한 곰팡이는 며칠 새 화장실 벽을 까맣게 덮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숨이 막혔다.
세탁실은 특히 습하고 어두웠다. 힘들여 청소한 다음 날이면 더 많은 곰팡이가 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언제부턴가 세탁실 문을 열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세탁을 포기하고 문을 봉인했다. 심씨는 방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좁은 공간의 주인은 세탁실 문 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