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수혜를 보던 진단키트 업계가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냈다. 기업들은 매출 성장을 위한 새 동력을 찾아야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씨젠의 올해 3분기 누적매출은 15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6% 감소, 영업손실은 322억원을 기록했다. 씨젠 측은 “이번 매출 저조 원인은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로 인한 진단 시약 수요 감소”라며 “영업익 적자전환은 코로나19 검사 감소로 활용도가 낮아진 미사용 재고에 681억원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기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젠텍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7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74.5%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3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바디텍메드는 3분기 매출 277억원, 영업익 51억원으로 각각 전년도 3분기 대비 36%, 68% 하락했다. 피씨엘, 녹십자엠에스처럼 매출 감소는 물론 영업손실이 이전 분기에 이어 지속되는 곳도 있었다.
진단키트 업계 중에서도 최고실적을 달렸던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3분기 잠정 매출은 5512억원, 영업익은 2934억원으로 각각 5% 증가, 0.4% 감소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로 인해 전반적인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며 “다만 동시진단키트, 신속 분자진단 장비 ‘스탠다드 엠텐(STANDARD M10)’ 등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군들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창구 찾아라” 업계 새 개발 제품으로 해외 진출 주력
업계도 코로나19 사업 아이템이 더 이상 먹거리가 될 수 없다고 판단, 비코로나 품목의 개발 및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물려 여러 질환을 동시에 검사 가능한 동시진단검사와 인수합병(M&A)이 대표적 흐름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만 하더라도 면역화학진단, 형광면역진단, 분자진단 등 진단 제품 190종을 보유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브라질 ‘에코’, 독일 ‘베스트비온’, 이탈리아 ‘리랩’, 미국 ‘메리디언’ 등 다수의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서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했다.
씨젠도 일찍이 비코로나 진단시약 개발 및 해외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소화기감염증(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등 비코로나 진단시약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한 112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씨젠은 핵산 추출부터 유전자 증폭, 결과 분석 등 유전자증폭검사(PCR) 전 과정을 자동화한 ‘AIOS(All in One System)’의 세계적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이는 검체만 투입하면 검사 결과가 자동으로 산출돼 전문가의 도움 없이 누구나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학교, 기업, 요양원 등 단체 시설에서도 구입 및 사용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내년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법인의 생산기반 구축과 사업역량 확보, 기업 인수 합병(M&A) 가시적 성과 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도 본격 갖춰 나갈 계획이다.
피씨엘은 단백질 연구를 통한 혈액선별 진단분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향후 해당 분야에 기술개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례로 대표 제품인 대형혈액스크린장비 ‘하이수(HiSU)’는 각종 혈액검사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 장비로, 조달청혁신조달제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회사측은 현장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혈액검사만 선별해 놓은 중형혈액스크린장비를 개발 중이다.
더불어 mRNA 백신 및 치료제 분야에도 진출한다. 피씨엘은 최근 엠큐렉스의 지분 42.65% 소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랐다. 엠큐렉스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도출했으며, 현재 mRNA 기반 안과질환 유전자치료제와 항암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피씨엘은 엠큐렉스를 계열사로 흡수해 질병 조기 진단부터 면역 분야 치료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피씨엘 관계자는 “혈액선별 진단 등 제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진단 시약, 여러 진단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헬스 플랫폼, 치매진단키트, 동물진단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갈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바디텍메드는 치료약물농도감시(TDM) 사업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TDM은 몸속에 투여된 약물농도가 치료적인 범위 내에서 잘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진단기기로, 항암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약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진단 분야다. 바디텍메드는 현재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를 포함해 총 14종의 TDM 제품 수출허가를 완료했다. 최근엔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TDM 제품 국내사용 승인도 획득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는 코로나19 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본사는 지난 2년 동안 기존에 공급하던 심장질환, 암질환, 호르몬질환 등에 쓰이는 90개 진단키트와 진단기기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한편, 코로나19 비중을 10%까지 줄였다. 향후에도 TDM 제품 개발과 공급처 확보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