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 A(18)군은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군은 기숙사에서 홀로 지내며 금전 문제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거처는 기숙사로 옮겼지만, 보호기간을 연장해 여전히 보육원 소속이었다.
# 같은 달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보육원 출신의 B(19)양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장애를 겪는 부모를 둔 B양은 18세까지 광주 한 보육시설에서 지냈다. 시설을 나온 뒤에는 아버지와 함께 임대 아파트에 거주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 등에 의지하는 등 생활고를 겪어왔고 B양은 최근 대학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잇따라 생활고 등의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보호종료 후 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자립을 돕고,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1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아 양육시설, 위탁가정에서 보호되는 아동이 일정 연령에 도달해 보호가 종료, 자립을 시작하는 청년을 이른다. 매년 2400명에 이른다. 양육시설, 위탁가정 등에서 만 18세까지 보호받을 수 있고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도 연장이 가능하다.
자립준비청년 절반 “극단적 선택 생각한 적 있어”
자립준비청년은 사회에 나온 뒤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립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0년 9~11월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3104명 중 50%인 1555명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제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은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15%에 그쳤다.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관계부처에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방문해 “(자립준비청년이) 너무 정말 내팽개쳐져 있는 국민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긴축재정을 하더라도 쓸 돈은 써가면서 청년 미래 준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립수당 35만→40만원, 자립정착금 800만→1000만원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보완대책은 △자립준비청년, 보호연장아동, 보호대상아동을 아우르는 보호단계별 전(全) 주기적 지지체계 구축과 △민간협력 강화가 큰 틀이다.
먼저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 사회 진출에 필요한 지원을 지속 확대하고 사회적 지지체계 기반을 확충하기로 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보호종료 5년 이내 보호종료아동에게 보호종료 후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사회 정착 및 성공적 자립을 돕고자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을 지원해야 한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자립준비청년에 지급하는 자립수당을 월 35만원에서 40만원 이상으로 상향해 지급한다. 또 자립정착금 지급액을 현 800만원에서 내년 10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겠다고도 밝혔다. 내년 하반기부터 의료비 지원사업을 신설, 취업 이후 건강보험에 가입돼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자립준비청년에게 본인부담금을 경감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재산 공제 수준도 확대하기로 했다. 주거지원도 늘린다.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2000호 우선 공급하고 전세임대 무상지원 기간을 만 20세 이하에서 만 22세 이하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보호종료 전부터 자립 돕는다…조기종료 아동 지원 법적 근거도 마련
심리적 지원도 확충한다.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자립지전담인력을 2022년 120명에서 2023년 180명(1인당 담당 청년수 약 7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자조모임(바람개비서포터즈) 활동비를 신설(120명 대상 월 10만원)해 자조모임 활성화에 나선다. 바람개비서포터즈는 자립준비청년으로 구성돼 보호대상아동에게 멘토링, 방문교육 등을 수행하는 멘토단이자 자조모임이다. 현재 약 90여명의 멘토가 활동 중이다.
보호연장아동에게는 기존에 자립준비청년만 활용 가능했던 맞춤형 사례관리(월 1회 이상 상담과 사례관리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심리상담, 일자리 지원 등 각종 분야별 지원 사업도 활용할 수 있게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호연장 시기 중, 시설 밖에 거주하는 아동에게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를 보호 중일 때와 동일하게 시설급여(평균 29만원)형태로 시설장에게 지급해 왔으나, 앞으로는 개인 계좌(최대 약 58만원)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보호대상아동에게는 자립준비 내실화와 조기종료 아동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원가정 복귀, 무단 퇴소 등 사유로 만 18세 이전 보호조치가 종료된 조기종료아동에 대해서도 필요한 경우 자립을 지원하고 사후관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아동복지법 외 타 법상 시설(청소년 쉼터, 소년원 등) 입소·무단 퇴소 등으로 인해 보호조치가 조기에 종료되는 경우에도 아동보호전담요원의 사후관리 및 관계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민관 협업 강화…자립정착금 1000만원 이상 지급, 권고에 그쳐
정부는 민관 협업을 강화해 자립준비청년이 활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고도화하기로 했다. 자립지원 활동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 단체가 적극 참여할 수 있게 ‘자립지원 활동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고 민간 모범사례를 적극 확산, 지원한다고 밝혔다. 멘토링, 법률자문, 경제·금융교육을 지원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가와 사회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자립준비 상황을 세심하게 챙기고 자립준비 이전 단계부터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지급하는 자립정착금을 100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했지만 ‘권고’ 수준에 그쳤다. 자립정착금은 국비사업이 아닌 지방이양사업이다. 지급액 하한선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자체 관심이 높다”며 “대다수 지자체에서 권고 액수(현 800만원) 보다 높은 1000만원 이상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별 편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문영미 의원(국민의힘·비례)이 지난달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올해 지자체별 자립정착금 지급현황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 서초구가 1500만원으로 가장 높고 충북(충주시 제천시 보은군 증평군) 500만원, 제주 500만원, 부산 7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차이가 났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