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상황관리관들이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자리를 비우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한 것이 일종의 ‘관행’이라고 밝혀지면서 경찰의 태만한 상황실 근무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6일 류미진 총경(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오후 11시 39분 상황실에서 압사 신고가 있다는 연락으로 첫 보고를 받았다. (그 전에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사고 발생 전 소방당국의 두 차례 공동대응 요청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류 총경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 관리와 관련해선 “(용산서) 112상황실장이 컨트롤타워를 하는 것으로 돼있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자리를 비워 논란을 빚은 류 총경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한 것은 일종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류 총경의 당직 근무 태도에 대해 “다른 총경들이 당직 상황관리관을 서도 류 총경과 같은 방식으로 상황 관리를 하느냐”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질의하자 류 총경은 “죄송하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실에 상황관리 분석 인원이 4명이나 있었지만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지적에는 “당시 분석요원들이 어떻게 근무했는지 제가 잘 몰라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상황실 당직근무 일지를 확인한 결과 ‘특이사항 없음’으로만 기재돼 있었다며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의 당직 근무일지가 부실하게 작성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용 의원은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게 관행이라고 답변하셨다. 당직 근무일지에 류미진 증인의 이름과 서명이 있다. 서명을 왜 하느냐. 관행적으로 현장에, 상황실에 안 간다면 당직일지를 도대체 왜 만드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도 “(사무실에서 상황)대기는 할 수 있다. 그래도 한 번씩은 내려가서 순시하는 게 관행 아니냐”고 질타를 했고 류 총경은 “당일 상황관리관으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데 가슴 깊이 반성하고, 이런 큰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모르고 있던 부분에 책임을 통감한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답변하는 중간 울먹이며 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총괄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보고를 한 건도 받지 못했다”며 “이태원 참사를 안 시점이 밤 11시”라고 첫 신고가 들어온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보다 45분이나 지나서야 참사 발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9시 47분쯤 식사를 마치고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이 전 서장은 10여분 뒤인 오후 10시쯤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했지만 교통 정체로 차량 진입이 안되자 계속 우회 진입을 시도하다 오후 11시 5분쯤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서장에게 “40분 동안 차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무엇을 지휘했느냐”고 따져 묻자 이 전 서장은 “무전녹취 통화기록이 남아있겠지만 녹사평역에 도착해 현장 관리하던 112상황실장에게 물었더니 사람 많고 차량이 정체되지만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특정 지점이나 현장에 가는 게 아니라 핼러윈 축제, 교통 전반 상황과 축제장 점검을 위한 것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