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 발언에 투심이 얼어 붙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7.51p(0.02%) 하락한 3만3546.32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2.23p(0.31%) 밀린 3946.5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8.70p(0.35%) 내린 1만1144.96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경기 침체 우려는 확대됐다. 증시는 약세로 기울었고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기준금리가 아직 충분히 제한적인 구간에 있지 않다”며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최소 5%에서 7%까지 수준으로 상승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의 발언은 여전히 견조한 고용 시장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가 공개된 이후 나왔다. 최근 미 빅테크 기업 등의 연이은 대량 해고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업수당을 신청한 미국인들의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계절조정 기준)는 전주보다 4000명 줄어든 2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2만5000명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노동시장이 너무 강해서 어떻게 실질적인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낮출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우리는 (긴축 목표)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금리 급등으로 10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2% 감소한 143만 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11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활동 지수는 -19.4로 전달 -8.7보다 악화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대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3.76%로 올랐고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45%까지 뛰었다.
기업의 실적 발표는 이달에도 계속됐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주가는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 힘입어 15.02% 급등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시스코 역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과 함께 다음 분기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4.96% 올랐다.
목욕용품 브랜드 배스앤바디웍스 주가는 호실적을 보고한 이후 25.18% 폭등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침체 우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셰니예크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예상보다 나은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이 오래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은 컨센서스 예상보다 높은 금리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셰니예크는 “이렇게 되면 밸류에이션은 계속 압박을 받고 수익 기대치는 하락해 증시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분석가는 AP통신에 지난주 단기 랠리에 대해 “최근 CPI와 PPI가 둔화했다는 고무적인 보고서를 받은 후 시장은 조금 앞서나갔다”고 평가하면서 “연준은 그들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