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유일 코로나19 백신, 정작 국내서 사라질 위기

국산 유일 코로나19 백신, 정작 국내서 사라질 위기

정부, 내달 17일 2가 백신으로 접종 단일화
SK바사 ‘스카이코비원’ 무대 뒤로…완제품 생산은 이미 중단
국내 기업 5곳 개발 중인 백신 어쩌나…전략 수정 불가피

기사승인 2022-11-29 09: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유일한 국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적극 밀어주겠다던 정부가 등을 돌리자 백신 개발 후발자들의 우려도 높아져만 간다.  

지난 23일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변이에 대응할 수 없는 백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28일부터 단가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의 3·4차 접종 예약을 중단하고, 내달 17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부스터샷은 2가 백신만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올해 9월 최초로 탄생했던 국산 백신 스바이코비원은 출시 약 2개월 만에 폐기 위기에 놓였다. 단가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을 기초접종으로 사용하기엔 국민 87%가 이미 접종을 마친 상황이고, 향후 부스터샷으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됐으니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 활용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애초 정부는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국산 백신의 주권을 찾겠다는 목표로 개발 과정에서부터 과학기술통신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범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출시 전부터 2000억원 규모의 1000만 도스를 선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투자했던 만큼의 성과는 이어지지 못했다. SK바사는 스카이코비원 초도 물량 60만 도스를 출하했지만, 누적 접종자수는 2000여명에 그치면서 추가 주문도 멈췄다. 기존 계약에 따라 939만회분 물량이 남은 상태에서 완제품 생산마저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계속 변이가 일어나면서 우세주가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국산 백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초반 스카이코비원에 기초접종용으로만 허가를 줬다가, 이후 부스터샷으로 적응증을 바꾼 지 단 1달 만에 변이 바이러스 BA.1, BA4/5를 타깃한 2가 백신 도입을 계획했다. 그리고 12월 동절기 접종 2가백신 전면화를 발표했다. 

정부 측은 스카이코비원 관련해 “선구매 계약이 완료돼 취소할 수가 없어 계약 기간을 오는 2024년 6월까지로 연장해놓은 상태”라며 “개량백신 개발이나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폐기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경쟁력에서 밀려난 SK바사는 해외 진입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규제당국(MHR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청한 조건부허가와 9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청한 긴급사용목록 등재 승인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SK바사는 글로벌 허가 절차를 주시하면서 동시에 개량 백신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스카이코비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재생산 및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다만 해외 승인에 대비한 원료 생산은 지속한다”며 “연말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초반 계획했던 대로 중소개발국 중심으로 수출문을 두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량백신 개발은 변이 바이러스 예측이 어려운 만큼 신중해야 한다. 임상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후발주자들, 후퇴 혹은 우회 전략

남은 후발주자들은 국산 백신 성공의 기쁨도 잠시 완제품 생산 중단, 기대보다 낮은 접종률에 근심이 크다. 앞선 사례로 봤을 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고액의 투자에도 불구 사업적으로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생산 중단은 후발 기업들의 백신 개발 추진력 저하와 이로 인한 백신 주권 지연 등 여파를 미칠 것”이라며 “개발 의욕이 떨어지면서 향후 또 다른 팬데믹에 대한 국내 대응력이 미비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승인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총 8건으로, 스카이코비원을 제외하면 총 7개 물질이 승인을 받았다. 이미 여러 업체가 임상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중도하차했다. 현재는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아이진, 큐라티스, 에스티팜이 남았다. 

이들은 일찍이 부스터 백신 개발로 전환, 적극적 해외 허가 획득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일부 업체는 독감을 함께 예방할 수 있는 혼합백신으로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했다. 

현재 콩고와 필리핀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유바이오로직스는 향후 혼합백신이나 변이주·부스터샷 대상 백신, 알츠하이머, 대상포진 백신 개발까지 고려하고 있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 플랫폼 기술로 3상을 완료해 이를 향후 다른 백신 개발의 근거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이진은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EG-COVID’를 부스터샷으로 개발 변경하고, 호주·남아공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다국가 대상 오미크론 2가 백신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외 진원생명과학, 에스티팜, 큐라티스, 셀리드 등 포기하지 않고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상 1상~2상에 머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가 단가백신 및 2가백신으로 이미 국내를 선점한 만큼 국내가 부스터샷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에서 파이를 넓히기 쉽지 않다. 접종률 저조와 더불어 백신에 대한 불신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한 정부도 결국 상용화까진 돕지 못했다. SK바사 사례를 본 후발주자들이 저개발도상국, 해외 진입을 우선 고려하는 이유”라며 “특히 국가 보건에 직접적으로 관여되는 백신 개발에 있어서는 시장성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부의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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