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이름이 거론된 병원 측은 사건이 불거진 지 수일이 지나도록 소속 직원이 맞는지 여부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떤 간호사 인스타(인스타그램) 스토리인데 보기 불편하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작성자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본 건데 굳이 이런 걸 찍어서 스토리에 올린다고? 그것도 저런 문장을 달아서?”라며 해당 병원 간호사 A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A씨는 중환자실로 추정되는 병동 내 간호사 스테이션의 활력징후 모니터 화면 사진과 함께 “출근하자마자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약을) 먹어도 효과 없고”라며 “싹 다 약 주고 재워버리고 싶다”고 적었다.
환자의 침상과 함께 여러 대의 약물 주입펌프가 찍힌 또 다른 사진에서는 “두 달 치 풀인계(인수인계를) 받고 두 시간 만에 하늘로 보내버렸당”이라고 썼다.
A씨는 인스타그램뿐만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도 직업윤리가 의심되는 글을 여러 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호흡기를 통해 기계호흡을 지속하고 있는 노인 환자가 딸꾹질을 지속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할아버지 숨 잠깐만 참아보라고 하고 싶다. vent(인공호흡기) 잠깐 뗄까? 명도 떼지는 수가 있어”라는 글을 올렸다.
사망한 환자를 두고는 “수혈 때려 부었는데 익파 엔딩인 거 안 비밀”이라고 했다. ‘익파’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쓰는 의학용어 ‘익스파이어(expire)’를 의미한다.
환자를 학대한 정황도 있다. A씨는 소리를 지르는 환자를 억제대로 고정한 뒤 귀에 청진기를 끼우고 테이프로 입에 체스트피스 부분을 붙였다면서 환자가 소리를 지르면 청진기를 통해 그 소음을 본인이 듣도록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본인의 가방에 다량의 주사제 및 의약품이 담겨 있고 이를 지인에게 전달한다는 글도 올라와 의료법 위반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해당 병원은 전날 한 언론에 “자체 조사를 했지만 논란이 된 글이 비공개 처리됐고 그 부서에서 자진 시인하는 사람이 없어 해당 간호사를 특정할 수 없다”며 “개방된 공간인 중환자실에서 보는 눈이 많은데 청진기로 가혹행위 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게시글 올린 시간이랑 날짜 보고 근무표와 비교하면 바로 (글을 올린 간호사를) 아는데 병원이 모를 리가 없다”, “얼굴이랑 이름, 어디 소속인지 봤고 실명으로 병원에 제보했다”, “일부러 쉬쉬하고 있다”, “중환자실은 의료진에게나 개방된 공간이지 면회시간이 제한적이지 않나”며 병원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크다.
대한간호협회에서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협회가 징계권이나 조사권은 없지만 진상이 파악되면 윤리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다”면서 “모든 의료인은 1년에 8시간 이상 보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윤리 교육을 필수 과정으로 포함시키는 등의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사안이 불거진 지 수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오후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에서 간호사가 특정됐다고 보도된 것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병원 직원이 맞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사실관계 파악 후 입장을 정리해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