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준장 계급을 유지한다.
26일 전 실장의 계급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한 국방부 징계위원회의 처분의 효력이 잠정 중단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이날 전 실장의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판결이 나온 날부터 30일이 지날 때까지 징계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도록 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전 실장은 일단 준장 계급을 유지한다. 이로써 이달 28일 전역식을 앞둔 전 실장은 준장 계급으로 전역하게 됐다.
재판부는 전 실장에게 징계 사유가 존재하는지 다투는 중이며, 징계 양정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췄는지에 관한 다툼의 여지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청인이 손상된 지위와 명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전역하면 사후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금전 배상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기도 용이하지 않다”며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 중사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전익수는 다가오는 12월 28일에 장군으로 의기양양하게 전역식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라며 통탄했다.
유족들은 “전익수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겪었지만 수사 지침을 위반해 가해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아놓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며 “그러곤 보고 받는 사건 수가 많아 일일이 다 기억할 수가 없다는 변명을 했고, 강등 된 후에는 휘하 군검사에 대한 구체적 사건의 지휘, 감독 의무가 없다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 중사가 피해를 신고하고도 2차 피해로 고통 받다 사망하게 된 원흉은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의 부실하고 태만한 수사인데, 군검찰을 책임지는 장군은 이러한 과오를 사전에 감독하고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자기에게 없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익수는 공군 법무관 출신으로는 건군 이래 최초로 장군까지 진급한 사람이다. 장군의 명예에 걸맞는 행동을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전 실장은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됐다. 이후 강등 처분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행정소송을 내고 다음 날 효력 정지를 신청했다.
이 중사는 작년 3월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해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이 중사는 2차 가해를 입었으며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15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전 실장을 비롯한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군검찰이 부실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여론의 비판에 군은 안미영 특별검사팀을 출범, 앞서 9월 전 실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 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며 추궁한 정황이 확인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 강요로 기소됐다.
이에 국방부는 전 실장의 혐의를 비롯, 수사 지휘에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사유로 지난달 전 실장의 계급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했다. 장군의 강등은 지난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이등병으로 강등된 이래 처음이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