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 유가족의 질타가 쏟아졌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당일 정부의 부실대응을 지적하며 곳곳에서 이뤄지는 2차 가해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유가족이자 진술인 A씨는 1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믿을 수 없는 전화를 받고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 제 아들은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아들의 입에 인공호흡을 했지만 바로 절명했다. 경찰이 검시해야 한다며 빨리 나가란 말에 5분만 더 보면 안 되겠느냐고 구걸했다”며 “검시 후 들어가니 몸에서 심한 약품 냄새가 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이어 “옷을 담는 곳이 있었는데도 그들은 가위로 찢은 옷을 구석에 처박아놓고 간 것이 지금도 잊히지 않고 너무 슬프다”며 “52분간 정부의 부재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한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A씨는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울먹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서도 “현장에 2번이나 갔으면서 옆집 아줌마인 양 기자들을 막기만 했고 현장 상황을 봤는데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청문회 증인으로 앉아 있으면서 희생자 유가족에게 죄송한 마음보단 직원이 걱정된다고 하는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의심되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송병준 용산서 상황실장에 대해서는 “그는 쏟아지는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리라고 지시한 살인자”라며 “인파를 도로로 분산시켰다면 몇 명이라도 살았을 것”이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참석하지 않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상황 설명을 듣고도 ‘그 시간에 제가 놀았겠습니까’하는 이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한다”며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관해서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에 대해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게 문제였다며 “나머지 분들은 다른 얘기를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청문회 당시 자리를 비웠던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서도 쏘아붙였다. A씨는 “전 의원은 청문회 발언 순서가 됐는데 어디로 사라졌다가 몇 시간 뒤에 왔느냐. 신년인사?”라고 비꼬았다.
그는 “친구가 옆에서 사라진 걸 몰랐느냐”고 “그러면서 ‘야당과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고 말한 당신은 앞장서서 이 참사를 정쟁으로 이끌어가는 당사자냐. 유가족이 적이냐”고 조수진 의원을 질타했다.
아울러 “혹시나 이러면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절망 속에서 헛된 희망을 꿈꾸고 있다”며 “진실만큼은 제대로 밝혀야 억울하지 않게 좋은 곳으로 아이들을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울먹였다.
한편 야당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를 출석시켜 유족과 생존자와 대질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반대로 이 장관 출석은 불발됐다. 국조특위는 공청회 일정을 마친 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