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 시중은행 영업시간도 다시 1시간 늘어날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노사는 지난 18일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제로 대대표(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간 회담을 진행했다.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노사 실무 태스크포스(TF)의 논의가 지난 12일 첫 회의 이후 지지부진한 가운데, 노조 측의 비공식 제안을 김 회장이 받아들이며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법률 검토를 거쳐 금융 노조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30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예상되는 만큼 더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노조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권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은행권은 노조와의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독자적으로 마스크 해제 시점에 발맞춰 영업시간을 곧바로 1시간 다시 늘리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16일 금융 노사 산별교섭 사측 대표단(SC제일·하나·대구은행장 등) 간담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은행 영업시간 단축과 관련한 국민 불편이 크다는 점에 공감하고, 영업시간 원상 복구를 포함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즉각적’ 은행 영업점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 2021년 7월12일부터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금융 노사는 일단 12일~23일 동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한시적으로 합의했다.
같은 해 10월 영업시간 단축이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금융 노사(금융노조-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참여한 중앙노사위원회가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의결하면서다.
이에 방역당국이 오는 30일 실내 마스크 해제 방침을 밝힌 만큼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마감 시간은 늦추되, 오전엔 은행 내점 고객이 적은 만큼 영업 개시 시점을 오전 9시가 아닌 9시30분으로 정하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금융노조는 내점 고객이 거의 없는 오전 시간 영업 개시는 현행대로 9시30분에 하되 영업 마감 시간은 현행 15시30분에서 16시로 늦추는 방안을 사용자 측에 제안했다”며 “하지만 사용자들은 은행 점포 폐쇄 문제에는 관심도 없던 금융감독 수장들의 말 몇 마디에 얼어붙어 ‘무조건적 과거 회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사측도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는 대면, 비대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은행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영업시간 단축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