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이 몰리는 오전 6시 반~7시나, 오후 6시 이후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실제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를 타보니 실감이 더 났다. 내리는 사람보다 먼저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건 기본이고, 가로세로 20~30㎝ 폭만 생기면 몸싸움을 해서라도 먼저 타려고 한다.
3일 오전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직장인 조 모 씨(여·32)는 “매일 아침 지하철 9호선으로 출근하는데, 염창(역)만 오면 심하다”며 “예전에는 뒤에 오는 사람도 타게끔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요즘은 ‘우선 살고보자’는 심산으로 일부러 여유 공간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려심이 없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고 주인공이 ‘나’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플랫폼에 안전요원이 배치되면서 어느 정도 통제가 되는 편이긴 하나 이전과 확연히 다르진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 김 모 씨(여·29)는 “지하철이 예전보다 덜 구겨 넣는 것 같긴 한데 요즘엔 (예전과) 또 비슷한 것 같다”라며 “저도 참사 직후엔 지하철을 덜 탔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 모 씨(여·31)는 “광역버스를 이용하던 입장에서 입석이 이제 안 되니까 다칠까봐 걱정했던 불안은 덜 해졌는데, 지하철 출퇴근할 때 엄청 껴서 가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더 타려고 미는 건 똑같다”고 꼬집었다.
일부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는 이도 생겼다. 직장인 차 모 씨(34)는 “(참사 후) 사람 많은 곳에 가기 싫어지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경찰들은 보여주기 식 행정을 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 이 모 씨(36)는 “주변은 모르겠는데 저도 사람이 너무 번잡한 곳은 살짝 피해서 다닌다”라고 답했다.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도 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지만 이용자는 둔감하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도 대부분 안전 바를 잡지 않고, 이용할 때 스마트폰을 보고 걷는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따르면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에선 절대 걷거나 뛰어선 안 된다. 하지만 실상은 급한 사람이 먼저 이동하게끔 한 줄은 비워둔다. 두 줄 서기를 하면 뒤에서 따가운 눈총을 느낄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올라가면 두 줄 서기 중인 이용자가 알아서 비켜주고 있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발생한 승강기 사고는 308건이며 이중 이용자과실은 146건(47%)이다. 승강기 피해 중 사망자는 매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엔 4명, 2020년엔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수많은 생명이 압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고 유족은 슬픔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22년을 달군 가장 큰 이슈이지만 3개월이 흐른 지금 사회는 일상을 되찾았고 시민 얼굴에선 그 날 기억을 찾긴 어렵다.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빠서 참사도, 안전도 생각하는 게 무뎌졌다는 반응도 있다.
광화문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참사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고 항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 한다”라며 “먹고 사는 게 급하니까, 출근해야 하고, 우리 살던 시대엔 창문에 매달려서 출근했다. 그때보다는 지금이 나아진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의식도) 언론이나 관심을 갖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 관심을 갖겠느냐”라며 “우리는 정말 무디다”고 토로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