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021년 기준 해당 약품의 시장규모는 약 207억달러(약 25조8000억원, 제조사 애브비 매출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전체 시장의 절반이 넘는 약 173억달러(약 21조5000억원)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 크론병, 건선, 궤양성 대장염 등을 비롯한 14개 증상에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2002년 미국에서 첫 출시됐으며, 국내에서는 2006년 품목허가를 받았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보유했던 휴미라 특허는 지난달 말 만료됐다. 이에 따라 주요 제약사들이 해당 약품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출시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 암젠은 지난달 31일 ‘암젠비타’를 미국 시장에 내놨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알보텍의 ‘AVT-02’ 등도 오는 7월1일 미국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비아트리스의 ‘훌리오’, 산도즈의 ‘하이리모즈’, 화이자의 ‘아브릴라다’ 등을 비롯해 총 11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격전지에 뛰어든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선두로 꼽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드리마’를,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를 각각 7월1일자로 미국에 출시하면서 정면으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하드리마는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얻어 2018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출시됐다. 유럽 현지 제품명은 ‘임랄디’로, 현지 마케팅 및 판매는 바이오젠에게 맡겼다. 국내에서는 2021년 ‘아달로체’로 출시해 유한양행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 FDA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마케팅 및 판매는 오가논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국내외에서 5년 이상 처방된 만큼, 축적된 임상데이터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플라이마 역시 유럽에서 먼저 출시했다. 2020년부터 그룹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직접 유럽 현지 마케팅 및 판매를 진행해 왔다. FDA 허가는 2020년 11월 신청했으며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식약처 품목허가를 얻어 지난해부터 그룹사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해외)와 셀트리온제약(국내)을 통해 국내외 자체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마케팅 및 판매 비용을 효율화한다는 특징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모두 고농도 제형 출시를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인 휴미라는 고농도(100mg)와 저농도(50mg) 제형으로 나뉜다. 고농도 제형은 투약 편의성이 높기 때문에 처방이 선호된다. 소아 환자나 고농도 제형 투약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저농도 제형이 처방된다. 미국 아달리무맙 시장에서는 처방의 약 80%가 고농도 제형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깃발을 꽂은 암젠비타는 저농도 제형이다. 하드리마는 두 가지 제형이 모두 출시되고, 유플라이마는 고농도 제형이 출시된다.
‘인터체인저블(대체가능)’ 승인도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미국은 의약품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비교적 낮은 가격이 책정되는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지정은 대표적인 친(親) 바이오시밀러 정책이다. 대체가능성을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의사가 처방한 오리지널 제품을 자유롭게 대체할 수 있다. 암젠비타는 인터체인저블을 승인받지 않았지만, 하드리마는 고농도 제형에 대해 승인받았다. 유플라이마는 승인을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