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 영역 뛰어든 생명보험 업계...배경은

손해보험 영역 뛰어든 생명보험 업계...배경은

운전자보험·펫보펌 눈 돌리는 생보사들
저출산·고령화, 유동성 리스크…새 먹거리 발굴 시급

기사승인 2023-02-10 18:27:19
쿠키뉴스 자료사진.

생명보험사들이 손해보험사 영역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주요 먹거리였던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수요가 줄어들며 새로운 시장 개척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새해 첫 신상품으로 재해사고 관련 보장을 총망라한 ‘넘버원 재해보험 2301’을 출시했다. 47종의 특약으로 구성돼 필요에 따라 보험 소비자 본인에 맞는 플랜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동안 판매하지 않았던 자동차사고부상치료(이하 자부치)와 교통사고부상지원 특약이 포함됐다. 같은달 흥국생명 역시 상해보험 상품인 ‘다사랑통합보험V2’를 개정하고 신규 특약으로 자부치 특약을 넣었다. 자부치는 자동차 운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어난 교통사고, 즉 운전중교통사고와 보행중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교통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 부상급수별로 보상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생보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운전자보험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그동안 손보사 고유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교보생명 ‘(무)교보응원해요알지(αz)보장보험’을 비롯해 삼성생명 ‘종합재해보장보험 수호신’, 동양생명 ‘무배당수호천사내가만드는상해보험’ 등에서 운전자보험 관련 특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운전자보험 틈새공략에 나섰다.

운전자보험은 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 이후 신규 계약건수가 크게 늘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벌금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카메라 등의 설치와 사망이나 상해사고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담은 법이다. 운전자보험은 연간 200만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다 민식이법 시행(2020년 3월25일) 이후 2020년 552만건, 2021년 450만건으로 크게 뛰었다.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는 900억원으로 업계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운전자보험 뿐만 아니다. 생보업계가 펫보험 영역에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11월, 손해보험 회사만 판매 가능했던 펫보험을 생명보험 회사도 자회사 설립을 통해 팔 수 있도록 문을 넓혔기 때문이다.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그간의 보험사에 대한 1사1라이선스 허가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지난해 소액 단기 보험업(스몰 라이선스)을 도입한 데 이어 기존 보험사가 펫보험, 소액·단순보상을 해주는 보험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보험 자회사를 둘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1사1라이선스는 1개 금융그룹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1개씩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보험업계에서는 사업 다각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이처럼 생보업계가 손보업계를 사업영역을 넘보는 기존 사업 영역에 한계를 느껴서다. 생보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야 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생보업계의 주요 먹거리였던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장기보험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다.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은 일반적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보험금을 받는 형태로 만기가 수십년에 이른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로 생존율이 높아지며 보험사들이 지출한 생존급여금이 지난해(1~11월) 15조67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조2020억원(36.6%) 늘어난 셈이다. 생존급여금은 계약 만기나 중도해지, 상해·입원 등에 따른 보험금 외에 생존을 이유로 지급된 돈지출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자산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저축성보험 해약 등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발굴이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