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등이 1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은 전통문화가 아니라 동물학대로 봐야한다'며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녹색당은 소싸움이 전통문화로 포장된 동물 학대 행위에 불과하다며 소싸움을 '동물 학대로 즐거움을 얻는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 소싸움을 예외 인정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는 도박과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로 명시한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민속경기 등의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충북 보은, 대구 달성, 경북 청도, 경남 의령, 전북 정읍 등 11개 시군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소싸움은 동물학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동물권 단체는 "자연 상태에서 싸우지 않는 초식동물인 소를 사람의 유희를 위해 억지로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 학대"라며 "예외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속 소싸움은 소로 논과 밭을 갈던 때 마을 축제의 하나로, 농사가 끝난 뒤 각 마을의 튼튼한 소가 힘을 겨루며 화합을 다지는 행위였다"며 "소싸움에서 상금을 타려고 학대와 같은 훈련을 하거나 동물성 보양식을 먹여대는 방식의 싸움소 육성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싸움소를 키우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의 생계 문제로 단번에 없앨 수 없다면 소싸움 예외 조항에 일몰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그동안 찬반 양측이 함께 대안 마련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동물자유연대·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은 여의도 국회에서 '퇴역 경주마 복지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도 열었다. 이들은 은퇴한 경주마가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건이 최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어간 가운데 퇴역 경주마에 대한 복지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이 나왔다.
경주마 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마장을 떠난 1374마리 중 54%인 755마리만이 승용, 번식 등 다른 용도로 '재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됐다 목숨을 잃은 퇴역 경주마 '까미'도 그중 하나다. 제작진들은 까미의 뒷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달리게 한 뒤 강제로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드라마 상 낙마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 일주일 뒤 까미는 폐사했다.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말 제작진 3명과 방송사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까미와 같이 퇴역 경주마를 상대로 한 학대 행위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학대 행위를 모니터링 할 기관 및 제도가 부재한 게 현실"이라며 "민간·관광형 승마장 등 다양한 형태의 퇴역 경주마 수용시설의 복지 수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역 뒤 용도가 파악되지 않은 경주마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주마 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8마리는 은퇴 후 용도가 '미정'인 상태다. 현행법 내 용도미정 마필에 대한 관리 체계가 없어 이들에 대한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동물보호단체는 상당수가 사적 용도로 매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물복지 차원에서의 퇴역마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경주마 전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해 퇴역 경주마에 대한 보호시설 설립·퇴역 경주마 이력 관리 등 실제 '말'의 관점에서 필요한 복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아울러 말 생산업자에 의한 과잉생산 역시 통제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