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적연금 역할이 커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 업계는 사적연금 활성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세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저율 분리 과세 한도를 늘리는 등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15일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오는 2055년으로 전망된다. 5년 전 예측보다 2년 앞당겨졌다. 적립기금이 최대가 되는 시점 역시 2041년에서 1년 더 줄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낮은 실질 소득대체율은 사적연금에 대한 필요성을 높인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오는 2085년 국민연금 실질소득대체율은 24.1%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사적연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장 활성화 준비에 나섰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생명보험협회 업계 주요 목표로 사적연금 활성화를 꼽았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저하와 재정고갈 위기로 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초고령화 사회에서 더는 공적연금 영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 회장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오명이 있다”면서 “이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사적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보협회는 장기 연금 수령을 유도하고 퇴직 연금의 경우 장기 연금 수령시 퇴직급여 소득세 감면율 확대 등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퇴직연금을 10년 이상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급여 소득세 감면율이 현행 40%인데 이를 50%로 확대하고, 연금계좌의 저율 분리과세 한도를 현행 연간 12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기존에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은 종합소득에서 구분해 과세하는 ‘분리과세’와 함께 낮은 세율을 적용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확대된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최대 900만원)에 맞춰 연금을 납입하면 그 연금지급액이 저율(3~5%) 분리과세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연금수령자의 조세 부담이 오히려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 상향에 비례해 2400만원까지 분리과세 한도가 확대돼야 당초 조세혜택이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투자협회에서도 사적연금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지난달 2일 취임사를 통해 “올해가 사적연금 시장으로의 ‘그레이트 머니무브(Great money move·대규모 자금이동)’가 일어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최근 공적연금 개혁에 따라 보완관계에 있는 사적연금 활성화가 시급한데 사적연금 수익률 개선으로 사적연금이 국민 노후소득의 일익을 분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지난 1일 사적연금 분리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퇴직연금의 원천징수세율을 수령연차에 따라 차등화하는 세제개편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초고령사회 적응의 핵심은 노후소득보장인데 공적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낮아 연금개혁과 함께 사적연금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분리과세 확대 등 세제개편으로 사적연금 확대와 장기 연금수령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